-過用-
신간이 나왔다
어느 교수님의 환갑기념 문집이다.
제자들이 만들어준 것이라고 한다.
그 분을 좋아한다.
굉장히 소탈한 분이시고 언제나 친절하다. 나처럼
그리고 시골사람 그 자체이다.
참 안 변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이 말을 하는 것은 교수님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 분의 책에 대한 이야기다.
의도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 책을 위한 예고편으로 만들어본 사전작업 격이다.
그래서 온갖 것들을 실험한다 책에다.
하드양장...아주 두껍고 딱딱한 표지,
포크로스...하드 양장을 싸는 옷감(보통의 경우 요즈음은 종이로 싼다)
하얀색옷감에 유성물감을 입힌 것
커버....표지 밖으로 한번 더 종이로 덮은 겉표지
아트지250, 유광라미네이팅(코팅처리)
진공포장... 다른 사람들이나 서점에서 책에 손을 대지 못하게 랩으로 진공포장
면지....밍크120 회황색
무늬가 약간 들어간 좀 두꺼운 색지
본문....미모조100.
돌가루가 많이 들어간 종이는 얇으면서도 무게가 있어서 찰랑거린다.
오늘 나온 책의 재료들이다.
거기다가 책끈( 난 개인적으로 책끈을 너무 좋아한다.)까지...
이 책의 내용은
소설가이신 교수님의 소설을 평한 여러분의 글이 실려있다.
교수님의 가족 사진들, 그리고 기사화되었던 화보, 책화보...
그런 것들이다.
물론 내용이 좋다. 한 분의 일생이 담긴 책이다.
보도자료를 발송하기 위해,
책을 봉투에 넣으면서, 참 책이 두껍다고 생각했다
봉투에 잘 안들어가니까... 그래서 책의 두께를 보았다 물론 두껍겠지
하지만 그 두께의 1/4이상이 표지다.
그리고 그 무게의 반은 표지다.
過用
過用이라는 말이 생각났다.
펄프가 많이 든 종이는 재생도 쉽다는데...
펄프가 많이 든 종이
-학교다닐때 시험지로 쓰이던 종이, 그리고 교과서의 종이
종이자체가 두껍다.
그리고 가볍다.
책장이 붙어넘겨지는 일은 별로 없다.
얼마전 장석주의 느림과 비움이라는 책을 샀다는 말을 했다
아주 두꺼운 책이다.
하지만, 가볍다.
그런제본을 떡제본이라고 한다.. 잡지처럼 제본하는 것
하지만, 그 표지디자인이나 그림은 이뻤다.
그 책은 어디를 들고다녀도 부담스럽지 않다. 안 무거우니까...
무슨 의도로 그렇게 만들었건,
책이라는 것은 마음의 양식을 주는 것인데...
만약 그 책이 성경책이나, 불전이거나, 아니면 사전이라면...
당연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겉치레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過用
이라는 말을 내내 생각하면서 책을 봉했다.
한권을 들어도 손목이 아프다..
그래서 난 오늘 지업사를 한 번 가봐야지 하는 생각을 했다.
견학...
세상엔 어떤 종이들이 있는지 궁금해졌다
어떤 종이들이 얼마나 있는지
어느곳에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좋을지 난 무지 궁금해졌다.
세상의 종이들을 구경하고...
그리고
언젠가 만약 내가 내 책을 꾸밀 기회가 있다면,
내가 쓴 내용의 격에 맞는 종이를 사용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ㅎㅎㅎ
만약 보관할 가치가 없는 글이라면,
어느 옛날처럼 화장실에서 손으로 쓱쓱 비비면 바로 화장지처럼 부드러워지는
그런 종이...
돌가루가 들어가지 않아서 물에 불리면 바로 불어서, 탈바가지로라도 만들수 있는 종이
그런 종이를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과용하고 있다는 것은 자신이 모른다.
정신차리고 살 일이다.
나도 요즈음 좀 과용했는데... 더불어 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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