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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거림

선운사 전야제

by 발비(發飛) 2005. 5. 9.

뭐가 보고 싶은지 저도 몰라요.

하지만, 선운사라는 말에 떠나보기로 했어요.

다녀와서 내 부실한 발목에 대해서는 대책이 전무거든요.

하지만, 다녀오려구요.

뭐가 보고 싶은지는 저도 몰라요.

준비를 해보려고, 인터넷의 이곳 저곳을 돌아다녀봐도

동백꽃 말고는 별로 없네요.

동백....

선운사의 동백, 사실 작년에 본 선운사의 동백은

감히 서정주의 마음이 이해가 될 정도로

숨은 그림찾기 였습니다.

알록달록한 사람들때문에 동백이 보이지 않았었지요.

하지만,

절창의 차이점은 없는 것에서도 끌어낸다

솟아오른다.

 

 

 

 
 
 
 
-선운사 동구-
 
서정주
 
선운사 고랑으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않았고
막걸리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것만 오히려 남았습디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았습디다.

 

 

내가 내일 보아야 할 것들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을 생각하고 오느냐 입니다.
저 붉은채로 떨어지는 동백처럼
내가 붉게 뚝 떨어지는
내 모양 이대로 뚝 떨어질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고
오는 것입니다.
난 내일 혼자서 여행을 할 것입니다
내가 가져갈 것은
빵하나, 물,
그리고 cd플레이어, 김윤아, 바비킴, 이루마cd
그리고 책 한권, 무슨책을 가져갈지는 정하지 못함.
그렇게 길을 걸을 것입니다
빛바랜 청바지를 입을 겁니다.
등산복은 입지 않을거예요.
결연한 의지가 아니라,
난 나를 빨갛게 떨어뜨리는 것을
보러 가는 길이니까요..
내가 빨간채로
꽃송이인채로
그리고 가장 화려한 채로
세상에 발을 딛는 방법
그 한수를 배우고자함입니다.
 
어느날
다시 나를 찾았을때
새로운 동백은 피지 않고
내가 떨어뜨린 동백이 목이 쉰채
아직도 바닥에 깔려있기를
그 모습이
반가울 수 있기를
가장 화려한 가장 싱싱한 빨강으로
떨어지기를
목쉰 육자배기 한잔 할 수 있기를
막걸리 한 잔도 하고 와야겠지요...
그걸 잊어버릴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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