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은 하였으나 귀촌은 하지 못한, 지방으로 내려왔으나 흙을 밟지 못함이 아쉬웠다.
당근에서 주말농장을 검색하니 작년에 올린 게시글이 하나있었다.
작년이라 잠시 주저하였지만 아니면 말지 뭐 하는 마음으로 채팅을 시작했다.
올해도 모두 분양되었다길래, 잠시 숨 멈추었다가
"아주 작아도 되어요. 그냥 땅이면 되는데요." 했다.
분양주께서 귀퉁이에 남은 땅이 쬐끔 있긴 하다고, 일단 함 와서 보시라고 한다.
안동 서후면 학봉종택 가기 전인데 집에서 차로 15분 정도 걸리는 거리이니 적당하다 생각되었다.
분양주님은 농부가 아니라 대구에 사시는 회사원으로 귀촌할 요량으로 10년전 장만해둔 땅을 주말농장으로 운영하고 계신 부지런한 분이셨다. 저렇게 잘 준비를 하고 살다니, 난 뭐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옆으로 세 분이 분양을 받으셨고, 분양주님의 몫이 있었고,
내가 할 몫은 그들의 반, 한평반 혹은 두평정도. 하겠다고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시장에 들러 햇빛을 가리는 일모자와 씨앗을 샀다.
엄마는 말리다가 포기하시긴 했지만 왜 저러나 하는 표정으로 보시다가, 적상추가 맛있다고 하셨다.
부모님이 농사를 짓는 친구는 씨앗을 샀다는 나에게 안돼, 하며, 모종을 사야한다며 함께 시장에 가서
적상추, 청상추, 쑥갓, 비타민, 당귀 모종을 사줬다.
내 밭에 가서 모종들을 세 줄로 심고, 물을 주었다.
분양주님께서 만들었다는 그네에 앉아 친구랑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친구는 내게 이랑을 잘 다듬어서 예쁘게 해 놓으라고 당부했다.
이랑이 예쁜 밭을 보면 채소도 이쁘고 그 사람도 이뻐보인다며 부지런히 이랑을 살피란다.
그런 것 같다.
갈 곳이 생겼으니, 그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지난 주에 양평 어느 농장에서 쌈채를 배송비 포함해서 이만원어치를 주문했더랬는데,
벌써 다 먹어간다. 나는 쌈 귀신이고, 쌈만 있으면 다른 반찬도 필요없는데, 마음이 급해진다.
이틀에 한 번씩 가보라고 했으니, 월요일에 가면 된다.
신발과 옷에 흙이..., 차에도 흙이....,
밭에 갈때 신을 장화와 일바지를 따로 사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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