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나를 조용히 보내주고 하루나 이틀 옛 기억을 뒤적이다가 사흘 뒤에는 깨끗이 잊어주길 바랍니다. 다만 내 살과 땀과 피 같은 거문고만은 나와 함께 묻어주길. 사실을 고하자면 참으로 분에 넘치게 복된 인생이었습니다. 많은 것을 누리며 살았습니다. 뼈를 녹이는 사랑, 부리기 버거운 재주, 아름다운 산천 속에서 한 생 잘 살다 갑니다. 가장 큰 기쁨과 가장 큰 고통을 감당할 근기까지 받아 태어났으니 이번 생에서 무슨 불평을 입에 담을 수 있겠습니까. 잔은 차면 넘치고 달도 차면 기우는 법이니 복록도 충분히 누리고 나면 넘치기 전에 거둬들이는 것이 순리일 것입니다. 감사한 마음 가슴에 품고 떠납니다. 부디 모두들 강녕하시길 앙상한 부끄러운 두 손 모아 비옵니다." -최옥정, 매창 중에서
작가는 좋다. 아니 좋은 점이 있다.
각자의 이유로 글을 쓰는 작가가 되었겠지만 결국 그들은 글로 자신의 마음을 설명하고, 타인의 마음을 가늠하는 일은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된 것은 분명하다.
마음을 그대로 글로 쓴다는 것, 혹은 알 수 없는 나의 마음, 그의 마음을 글을 쓰면서 더 잘 알아가게 된다는 것, 그것은 너무나 특별한 일이다.
자는 듯, 깨어있는 듯 했던 오늘 새벽 어느 작가에게 메시지라기 보다는 긴 글이 왔다.
작가는 세상 황량한 풍경을 가지고 있는 곳으로 짧은 여행을 다녀왔고,
돌아오자마자 친한 후배가 많이 아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어 더 많이 아픈 소설가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했다고 했다.
최옥정작가의 <매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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