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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보는대로 책 & 그림

[죽음 1] 비극의 탄생

by 발비(發飛) 2021. 12. 2.

지난 며칠 의도하지 않은 두 권의 책을 읽게 되었다. 

그리고 더더욱 의도치 않게 두 권의 책은 '죽음'에 관한 책이다. 

 

'죽음'

 

얼마전부터 '죽음'이라는 단어가 내게서 떠나지 않아, 내심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왜 내게서 죽음이라는 단어가 떠나지 않을까? 

나는 죽음을 원하는가?

죽음이 나를 원하는 것은 아닐까? 

 

아마 삶의 의미를 생각할수록 죽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겠지. 

삶이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지, 무엇보다 지금까지의 삶은 잘 산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하면 할수록

무의미한 삶이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귀착하면, 무의미한 삶은 죽음과 무엇이 다를까....,

문득

사로잡힌 질문이기도 했다. 

 

 

박원순 시장의 죽음을 둘러싼 사건을 다룬 [비극의 탄생]을 먼저 읽었다. 

박원순 시장의 죽음이 보도되고, 그 사건의 내막이 티비에 나올 때 나는 눈과 귀와 마음을 닫았다. 닫고 싶었다. 

 

 

-잠시 딴 소리-

 

박원순 시장의 책을 만들기 위해, 원고 작업을 위해 꽤 오랫동안 서울시청의 시장집무실에서 몇 번 뵈었다.

그리고 그 분의 삶을 초고부터 2교까지 집필을 도왔다. 

시장님께서 집필하신 것은 아니고, 시장님의 인터뷰와 자료를 통해 집대성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던 원고다.

그 책은 2교를 마무리한 상태에서 작업을 멈추고 출간계획을 취소했다. 나와 담당관과의 합의 후 제안되었다.

너무나 솔직했던 집필작가의 원고, 그리고 시장님의 삶이 평법치 않았고, 

예를 들어 워커홀릭의 전형이라 함께 일하는 사람을 혹사시킨 에피소드가 꽤 많이 있었는데, 이것은 장점이기도 하지만 누구인가에 의해 공격을 받을 수 있는 여지가 많았다. 

상상초월의 기부, 기여 거기에 따른 경제관념 등도 그랬다. 

첫 보궐선거 이후이니 꽤 오래되어 기억이 가물하다. 

누군가를 자주 만나 그 사람의 삶을 들으면 대개는 그 사람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좋아하게 된다.

박원순 시장님은 '누군가'라고 통칭하기엔 너무 특별한 삶을 사신 분이셨다.

그 분을 만나면서 참 좋았다.

하지만 대선후보로서 지지하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그분은 엄청 디테일했고, 엄청 감성적이셨고, 누구에게나 살갑고 정이 많고 웃음도 많은 분이셨다. 

그래서 대선후보로 지지할 수 없었다.

대선후보는 모질고 모진 공격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분이었으면 했기 때문이다. 

 

-잠시 딴 소리 끝-

 

죽음 이후 박원순 시장은 성추행을 했다고 규정되었다.

언론은 더 알고 싶어하지도 않았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때 파렴치한 사람으로 보수스피커들이 떠들었고,

민주당에서는 장담할 수 없었던 듯 피하고 싶어했다. 

나도 그랬다. 내가 본 그 분은 덮어버렸다. 

 

[비극의 탄생]이라는 책이 나왔을 때

저릿해지는 마음이 싫어서 본 척도 않다가

대선과 더불어 페미를 비롯한 젠더갈등이 한창인데, 그 알고리즘을 타고 이 책의 저자가 출연한 유튜브를 보게 되었다. 

그리고 책을 읽었다. 

아마 시간이 좀 지나서 괜찮았나보다.

 

내가 본 박원순 시장을 믿지 않고, 들려오는 이야기에 마음이 있었음을 고백한다. 

 

그 분은 언론과 세상이 어떻게 할 지 너무도 잘 알았기에 감당할 자신이 없었던 듯 했다.

본인이 변호했던 서울대 조교 성추행사건, 가장 가까운 곳에서 세상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셨다. 

세상이 진실에 대해 대한 태도,  그에 대한 신뢰가 없었음으로 죽음을 선택했다. 

그 분의 초고를 읽으면서 마주했던 그 치열했던 삶을 뒤로 하고, 죽음을 직면할 시간도 없이 이 생을 떠나셨다. 

 

자신을 변호하지 않고 죽음을 선택한 박원순 시장은 스스로 진실을 말하지 않고 

자신을 미결범죄자로 스스로 몰아넣었다. 

 

'피해자로 불리는 자',  '박원순 시장을 고소한 여성단체', '그들 세력을 두려워하는 자' 

세상은 진실이 필요치 않았다. 

 

저자에 대해 경의를 표한다. 

 

나는 그가 이도 저도 아닌 ‘연옥에 갇힌 영혼’이 됐다고 생각한다. 그의 운명을 결정지을 ‘진실의 문’은 여전히 열리지 않았다. - [비극의 탄생] 중에서 

 

 

 

 

https://youtu.be/C5Kz47RCM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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