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호선 사람, 2016, by 飛나이다-
양껏
네이버 사전에 찾아보면,
양껏, 이라는 단어의 뜻은 이렇다.
그런데, '양껏' 이라는 단어를 검색창에 넣어보면 대부분이 먹는 것과 연결되어 쓰인다.
네이버사전의 부사 활용 예에도 모두 먹는 것이다.
정의는 먹는 것이라고 규정되지 않았는데, 쓰임은 먹는 것과 연결되어있었다.
"양껏 탔다."
9호선 파업이 끝나고 정상화가 되었다는데,
출근길 피로감이 더 심해지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줄로 알고 있다가.
그보다 더 한 상황이 경험하면,
그 상황에 대한 각성을 하게 되고,
그래서 그런 줄로 알았던 상황까지 의식하게 된 것이겠지.
오늘 아침도 사람들을 실은 9호선을 함께 타고,
(지하철 혼잡도가 240%라고 했다.)
뉴요커처럼 백팩을 메고 있는 남자의 뒤에 서는 것은 피했어야 하는데, 피하지 못했고,
라쿤이 달린 다운점퍼를 입은 사람을 피했어야 하는데, 피하지 못했고,
긴 머리 여자 옆을 피했어야 하는데, 피하지 못했다.
이들은 9호선이 아니라, 다른 장소에서 만났다면 멋진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들을 몸을 절대 움직일 수 없는 9호선에서 만나면,
백팩에 가슴이 눌리거나 라쿤털이나 긴 머리카락이 쉴 새 없이 얼굴을 간지럽혀 내릴 때까지 그냥 견뎌야 한다.
사람들에 끼어 10분 남짓을 견디다
양껏탔다고 생각했고, '양껏'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남아 맴맴 돈다.
이 상황을 양껏이라고 할 수 있나, 양껏!
나는 이 정도의 양껏을 스스로 경험한 적이 있었을까?
어제 들은 '짙은' 이라는 가수의 '잘 지내자 우리' 라는 노래를 다시 떠올린다.
-잘 지내자, 우리-
잩은
마음을 다 보여줬던 너와는 다르게
지난 사랑에 겁을 잔뜩 먹은 나는
뒷걸음질만 쳤다
너는 다가오려 했지만
분명 언젠가 떠나갈 것이라 생각해
도망치기만 했다
같이 구름 걸터앉은 나무 바라보며
잔디밭에 누워 한 쪽 귀로만 듣던 달콤한 노래들이
쓰디쓴 아픔이 되어 다시 돌아올 것만 같아
분명 언젠가 다시 스칠 날 있겠지만
모른 척 지나가겠지
최선을 다한 넌 받아들이겠지만
서툴렀던 나는 아직도 기적을 꿈꾼다
눈 마주치며 그땐 미안했었다고
용서해달라고 얘기하는 날
그때까지 잘 지내자 우리, 우리
지금 생각해보면 그까짓 두려움
내가 바보 같았지 하며
솔직해질 자신 있으니
돌아오기만 하면 좋겠다
분명 언젠가 다시 스칠 날 있겠지만
모른 척 지나가겠지
최선을 다한 넌 받아들이겠지만
서툴렀던 나는 아직도 기적을 꿈꾼다
눈 마주치며 그땐 미안했었다고
용서해달라고 얘기하는 날
그때까지 잘 지내자 우리, 우리
눈 마주치며 그땐 미안했다고
용서해달라고 이야기 하는 날
그때까지
잘 지내자
우리
양껏한 것이 없다.
특히 사람에게 양껏 해본 적이 없다.
가족에게도, 친구에게도, 그에게도 양껏이라고 할만큼 뭘 해 본 적이 없다.
양껏은 원래 100%일텐데,
9호선처럼 240%도 하면 하는 것인데,
양껏 먹은 것 빼고는 뭘 한 적이 없다.
양껏에 대해 반성. 돌이켜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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