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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거림

젊어서 몰라

by 발비(發飛) 2017. 11. 13.





출근 시간, 회사 엘리베이터가 4층에 멈춰있었다. 

지각 직전의 한 직원이 내려오는 시간을 기다리지 않고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좀 기다리지."


"운동 되고 좋죠, 뭐"


건물 청소를 맡고 계시는 할머니의 말에 내가 한 대답이다. 

그 할머니는 허리가 구부러진 채 늘 일을 하고 계신다. 


"젊어서 몰라 그래. 운동 아니야. 늙으면 쓴 만큼 닳는다는 걸 모르지."


납득이 되었다. 


운동주의자들은 그렇게 말할 것이다. 

관절로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고, 관절을 둘러싼 근육을 키워야 하고, 어쩌고.


"그쵸."


하고 내려온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데, 

한창 등산을 다닐 때 전국의 산등성을 뛰어 달리고, 

일주일 넘게 안나푸로나 트래킹을 하고  

한 달 넘도록 무거운 배낭을 메고 걸었던 산티아고길의 시간들이 생각났다. 


할머니의 말이 맞다. 

부디 할머니처럼 허리가 굽지만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그 생각 때문에 나도 모르게 실소가 새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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