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시간, 회사 엘리베이터가 4층에 멈춰있었다.
지각 직전의 한 직원이 내려오는 시간을 기다리지 않고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좀 기다리지."
"운동 되고 좋죠, 뭐"
건물 청소를 맡고 계시는 할머니의 말에 내가 한 대답이다.
그 할머니는 허리가 구부러진 채 늘 일을 하고 계신다.
"젊어서 몰라 그래. 운동 아니야. 늙으면 쓴 만큼 닳는다는 걸 모르지."
납득이 되었다.
운동주의자들은 그렇게 말할 것이다.
관절로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고, 관절을 둘러싼 근육을 키워야 하고, 어쩌고.
"그쵸."
하고 내려온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데,
한창 등산을 다닐 때 전국의 산등성을 뛰어 달리고,
일주일 넘게 안나푸로나 트래킹을 하고
한 달 넘도록 무거운 배낭을 메고 걸었던 산티아고길의 시간들이 생각났다.
할머니의 말이 맞다.
부디 할머니처럼 허리가 굽지만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그 생각 때문에 나도 모르게 실소가 새어 나왔다.
'주절거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버지訃告] 길의 끝에 관한 질문 (0) | 2017.11.30 |
---|---|
[아버지訃告] 스마트폰, 컴퓨터 (0) | 2017.11.28 |
작가 소환 (0) | 2017.10.20 |
잠-수면장애- 6호선 (0) | 2017.10.19 |
원룸텔 구두 (0) | 2017.10.1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