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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거림

주어진 것과 만든 것

by 발비(發飛) 2016. 9. 21.

상황이라는 것에는 내게 주어진 것과 내가 만든 것이 있다. 


일에도, 삶에도.


중국과의 일에서 새로운 상황이 발생하였다. 

그 일을 시작하고 진행한 것은 나이지만, 중국쪽에서 납득할 수 없는 일을 벌여놓았다. 

지금 내가 만든 상황과 내게 주어진 상황이 교차되고 있다. 


어제는 그 일에 대해 분노와 두려운 감정이 섞이며 새롭게 발생한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할까가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때 떠오른 것이 내게 주어진 것과 내가 만든 것이었다. 


내게 주어진 것은 선택하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대개는 그렇게 가야하는 것이다. 

내가 만든 것은 지킬지 수정할 지 판단해야 한다. 

생각 끝에 떠오는 이 두 가지 화두가 분노와 두려움의 다음 단계로 나를 넘긴다. 


말이 되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이 두가지로 분리하기로 했다. 


내게 주어진 상황, 중국 업체가 벌여놓은 상황은 선택의 여지없이 풀어나가야 한다. 

그것은 내가 원하지 않은 것이므로, 그 상황이 사라지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 상황이 사라지도록 만드는데 필요한 조치 리스트를 만든다. 

우선 자료가 될만한 것들을 모으고, 그 자료를 하나의 맥락이 되도록 정리한다. 

그리고 그들이 상황에 대한 직시를 할 수 있도록 자료와 함께 향후의 여러 가능성을 포함한 분명한 의사를 전달한다. 

그 다음부터는 그들의 선택이다. 관계를 지속하고 싶다면, 그들은 태도를 바꿀 것이고, 태도가 바꾸고 싶지 않다면 관계의 지속은 어렵다. 

콘텐츠는 우리의 것이므로, 우리 손에 든 것은 변함없다. 이것이 믿음이 될 것이다. 


내가 만든 상황, 원하는 것이다. 

내가 만든 상황 중에 변한 것은 파트너와 파트너의 태도일 뿐이다. 여전히 가지고 있는 것은 가지고 있고, 손실은 없다. 

경험이 남았다. 이 경험으로 원하는 것은 더욱 분명해졌고,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는 것의 구분도 명확해졌다. 

굳이 손실이 있다면 그동안 해 왔던 일들이지만, 어제 새로운 파트너가 될 지 모르는 업체에게 보낸 자료처럼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일들이다. 


그러므로 오늘 내가 할 일들이 분명해졌다. 이렇게 하면 된다. 


어제 늦은 퇴근길과 오늘의 출근길에 사로잡힌 생각들이 머릿 속에 등장한 두개의 말이 이 일의 실마리가 될 것 같은 메시지를 받았고, 

나는 이 메시지를 묵살하지 않고, 이 곳에서 제법 차분하게 정리하고 있다. 정리된 마음 상황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니라 쓰면서 마음 상황이 정리되고 있다. 글쓰기의 힘이다. 


오늘은 학교 수업이 있는 날이다. 

지난 첫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블로그 글쓰기를 추천했다. 15행을 쓴 뒤, 그 이후에 말을 이어가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생각의 정리는 15행 이후에 나오는 것이므로,

15행은 정신줄을 놓고 무의식이 원하는 대로 가게 두고,

15행에 던져진 무의식의 화두를 붙잡고 의식해서 글쓰기를 이어가면 그것이 사고의 확장이라고 말했다. 

그냥 내 말이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웃기지만 내 의식이 해낸 일이 만족스럽다. 

아마 주어진 것과 만든 것에 대한 사유는 꽤 오랫동안 내게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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