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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거림

어떤 이에 대한 좋은 생각

by 발비(發飛) 2016. 9. 19.

영화 제작사 대표가 있다. 

그는 오년 전인가, 육년전인가 영화 시나리오의 소설화, 소설의 영화화 하는 것에 대해 함께 논의했던 분이다. 

결국 그 일은 성과를 내지 못하고 흐지부지 되었다.

그는 영화의 영역에서 계속 일을 하였고, 나는 내 일을 하느라 그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최근 다시 영화와 소설을 잇는 것에 관련된 일을 하면서 그가 다시 생각났고, 자연스레 그의 페이스북을 보게 되었다. 

여전히 열심이었고, 최근에 개봉한 영화는 여러 면에서 최고의 찬사를 받고 있다. 

그는 그 공을 감독과 배우에게 돌리고, 자신은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썼다. 

서울에서 관객인사, 부산에서 관객인사 그리고 중국으로 프랑스로 캐나다로 출장을 다니고, 주말이면 명상을 하러 지리산에 있는 작은 절에 가는 듯 했다. 


페이스북에 올라온 사진이나 글은 열정이 사라지지 않은 채로 온화하고 긍정적이다. 

내게 열정은 웃음기가 없는 결연하기만 한 모습인데 반해 그는 넉넉한 웃음을 가지고도 열정을 품고 있었으며, 가끔 차갑게 정치를 비판했는데,그 차가움은 누군에게는 분명 따뜻함이었다. 적어도 내가 읽는 글에서 그랬다. 

그런 그의 내공이 부러웠다. 최근 나의 일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을 하면서 그가 자꾸 떠오르는 이유이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그의 페이스북을 보며 아, 했다. 

흔히 사람들이 페이스북에 글을 올릴 때는 글도, 글의 톤도 의도적으로 가볍게 올리는 경향이 있다. 

그는 그렇지 않았다. 그의 글은 자신과 자신의 일, 주위의 사람들에 대한 일하는 자로서의 사명감에 대해, 

결연한 태도가 아닌 들풀과 같은 태도로 매번 이야기한다는 것을 알았다. 

자신이 가진 사회적 사명감에 대해, 그것을 결코 가볍게 여기지 않음을, 스스로 적극적으로 인지해야 함을 글을 통해 표현하며 다짐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요즘 나는 많이 흔들리는데, 오래 전에 알았던 사람으로 인해 나를 비춰볼 수 있었다. 

내가 처음 그를 만났을 때보다 더 멋진 모습이 되어 있는 그의 시간, 그가 멋진 시간을 보내는 동안 나는 어땠을까 생각했다. 

그가 보낸 시간동안 내게도 좀 나은 인품을 가질 수 있었던 시간이 분명히 있었다. 

산티아고 순례길도 그랬고, 포르투칼 여행 중에도 그랬고, 지난 일년 새로운 직장에서의 경험 또한 내가 좀 더 나은 인간이 될 수 있는데 충분한 계기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뭔가 꽤 큰 것을 놓치고 있다. 보지 못하고 있다. 

그의 달라진 미소를 보면서 나는 그에 미치지 못하겠지만, 일을 하는 동안 그와 비슷한 미소를 가질 수 있도록 애써야겠다고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음계로 따지면 미 혹은 파 높이로 잔잔하게 경계에 걸친 살가운 웃음으로 일과 사람을 대해야 겠다. 


나는 아이처럼, 오랜만에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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