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흐려질 때까지 서로의 입술을 만졌다
김경주
갈라진 갈대 속에서 벌레가 바람을 마신다
흰머리가 많아서 나는 보푸라기가 되겠지
푸른 잉크로 돌아온 제비가 취한다
나는 마신 산을 모두 조용히 뱉었어
아버지 산소에서 파도가 쏟아졌다
꽃이 다치지 않도록 해마다 삽질을 했다
하굣길에 우리는 귀가 작고 예뻐지곤 했어
불행하면 동그라미를 못 그린다는 말 때문에
흰 물거품이 목에 걸려 죽은 나비를 그렸어
사과보다 깊은 잠을 자고 싶어
내 살 속에 남은
시 속에...시인은...시인에게서
꿀꺽꿀꺽 삼기는 뭉클뭉클한 덩어리들
을 본다.
적어도 삼켜야 하고, 삼키면 삼켜지는 것
들의 나열, 잠이 필요해.
차마 삼키지 못한 것들의 대책없음
눈을 감으면 적어도 일부는 잊혀지는,
흐려지는,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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