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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거림

메일

by 발비(發飛) 2014. 8. 14.

정신이 드나보다.

제주에서 돌아와 하루 동안 빨래하고, 청소하고, 밥하고..

나랑은 안 어울리는 일들을 어제 종일 하고 나니. 집이 깨끗하다. 다시 일상이 되었다.

책상에 앉아 뭘 먼저할까? 생각하다가 편지라는 결론을 내렸다.

일하던 곳이 인연이 되어 만났던 사람들, 그 사람들에게 메일을 쓰기로 했다.

누군가는 들어서 알 것이고,

누군가는 아직도 모를 것이고,

공식적으로 정중히 메일을 쓰기 시작했다.

죄송하다는 말을 참 많이 했다.

그 분들은 나를 중심으로 일을 계획하고, 진행하고 있었던 것이라

물론, 다시 일은 이어지겠지만, 성가신 일은 분명하다.

나와 나눴던 이야기들을 다시 누군가랑 나눠야 하니.

나와 말과 글의 무게를 조절하여 맞춰 두었던 것을 누군가와 다시 맞춰야 하니,

아이들이 아니라 모두 어른들이니, 그런 것이 더 힘들 것이다.

더 성가실 것이다.

꽤 많아 꽤 오랜 시간 동안 한 분 한 분을 생각하면서 메일을 썼다.

제주도를 걸으면서도 그 분들을 몇 번이나 생각했다.

인사를 해야 하는데, 그냥 쌩까고 있는 중이라 마음이 계속 쓰였다.

일임에도 일만으로 사람들을 만나지 않은 것이지.

사람과 사람이 만난다는 것은 사람을 이해하는 일과 같은 것이니,

나는 사람들을 조금씩 이해하고 있는 것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분들 또한 나를 이해하는 분들이거라고 생각하니, 좀 마음이 가볍기는 하다.

참 오랜만에 일도 아닌 것이

사적인 것도 아닌 것이

그 애매한 메일을 썼다.

그 또한 낯설고도 색다르다.

평범치 않은 메일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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