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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보는대로 책 & 그림

[권대웅] 당신이 사는 달

by 발비(發飛) 2014. 4. 3.

떨그럭 떨그럭, 몸이 이런 소리를 낸다.

그럼 난 이렇게 생각을 하지. 난 전생을 사느라 힘들었어.

이런저런 이유들이 많지만, 이유들은 모두 전생이야.

 

권대웅 시인의 에세이 [당신이 사는 달] 서문엔 달 때문이라고 했지.

(시인의 산문집을 읽다보면, 마치 시인의 전생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아련하고도 애리다)

난, 달은 내게 전생이라고 할거다.

난 밤이면 달을 쳐다보며 내 전생을 본다고 할 거다.

달을 보고 있노라면 내 전생에 있었던 일들을 지 멋대로 만천하에 드러내다. 

밝게 어둡게 처연하게 어느날은 숨기고, 어느날은 ... 달 마음이다.  

 

당신이 보고 싶은 이유

-서문을 대신하여

 

강물이 밤중에도 흘러가는 것은

바닷물이 쉬임없이 밀려오는 것은

달빛이 그들을 밀고 있기 때문이다

붉은가슴도요새가

수만킬로의 하늘을 날 수 있는 것은

꿈틀거리던 애벌레가

나비로 날아오를 수 있는 것은

달빛이 그들을 들어올려주기 때문이다

바람도 불지 않는데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것은

아무도 앉아있지 않는데

빈 그네가 움직이고 있는 것은

꽃이 지는데

와락 당신이 보고 싶은 것은

달빛이 우리를 밀고 있기 때문이다

 

 

 

 

달이 나를 밀어, 4년 전.. 3월..그때쯤으로 밀려간다. 

정리해고 통보를 받았던 그날, 그 사무실 벽으로 사꾸라가 흩날리는 듯한 환상을 보았다.

그래서 오사카로 사꾸라를 보러 갔는데,

때 아닌 한파로 3월이 다 가도록 사꾸라가 피지 않았고,

만개한 사꾸라를 보리라는 꿈을 이루지 못하였고,

서울도 아닌 연변으로 일을 하러 갔어야 했다.

아마 그때 서울로 들어왔으면 사꾸라를 보았을런지도 모른다.

그해 그렇게 사꾸라 보기를 간절히 꾸었던 꿈이 실패한 후에도 난 영 사꾸라를 즐기지 못했다.

 

왜 사꾸라라고 말하냐하면, 벚꽃보다는 사꾸라라고 말하는 것이 더 사꾸라 같다.

작고.. 짧게.. 가볍게.. 발음되는 것이 사꾸라와 꼭 닮았다.

 

또 왜 즐기지 못했다고 말하느냐하면,

보기는 보았기 때문이다.

여의도를 지나는 버스 안에서

강변도로를 달리는 차 안에서

마포대로로 들어가는 고가도로를 달리는 차 안에서

텔레비전에서

어느 블로그에서

나는 해마다 보지 못한 사꾸라의 만개를 보지 못하고 지나다기기만했던 오사카성을 떠올린다.

피지 않은 사꾸라는 시퍼러니 차갑다.

 

어제도 오늘도 벚꽃이야기로 포털이 빼곡하다.

사진속의 벚꽃들은 만개하다.

한번도 욕심 나지 않았던 진해벚꽃도, 경주벚꽃도 괜히 욕심난다.

사람이 미어터지든, 길이 막히든 한 번 가볼까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건 안되지.... 안될거야 없지만 안되지.

 

남산에 가리라.

내가 가는 것은 전생이 미는 힘. 달이 미는 힘

그들이 밀면 나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

 

지구를 중심으로 달의 힘이 꽉 들어찬 그날, 로렌조와 엘레나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사랑을 하고, 루나는 잉태되었다.

엘레냐는 로렌조에 대한 강한 욕망, 그리움으로 루나를 낳고,

로렌조는 자신의 욕망을 감추지 않은 루시아의 사랑을 받아들여 그의 남자가 된다.

루시아는 로렌조가 쓰는 소설을 읽으며 자신의 욕망을 살아있게 한다. 삶과 소설이 하나였다가 둘이 되어 엉켰다가...

6년 후, 로렌조는 루나를 우연히 만나고, 루나가 죽고, 충격으로 자살을 기도하고....

욕망을 거부하지 않았던 영화속 인물들은 너나할 것없이 상처투성이가 되어 섬에서 만난다.

욕망의 변형들... 욕망을 멈춰야하는 이유이다. 영화 [루시아] 이야기다.

 

그래서 달하면 루시아가 떠오른다. 달은 내게 욕망이다.

욕망의 가장 아름다운 은유가 달이라고 생각한다.

차오르고, 찌그러져 날카롭고, 좌우 몸을 트는 달이 보여주는 욕망의 은유들.

삶의 단락마다 출몰했던 욕망의 흔적이 그곳에 고스란히 있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전생이다.

 

오늘 간절히 바라는 사꾸라는 순간의 욕망이며 현재의 욕망이다. 직유!

낮에 화려하고, 밤에 더 선명한 화려함을 드러내는 욕망의 직유.

손에 닿아, 코에 닿아 흩날리는,

욕망을 축척시키느라 퍼렇던 꽃망울은 한 순간 일제히 터지면

뒷일은 나도 몰라 싸구려처럼 몸을 사방으로 던져버리고 마는 사꾸라 말이다.

나는 정신없이 흩날리는 사꾸라 아래에 몸을 두고 싶다.

욕망을 증거들을 직유로 보고 싶은 것이다.

아마 그렇게 말하겠지.

이거야. 이 모습이라고. 다음날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는 바로 이것이 욕망이라고....

 

남산에 가고 싶다.

벚꽃 길에서 달을 쳐다 볼 것이다.

 

달과 사쿠라,

평행우주속에 살고 있는 나를 불러들여 주문을 걸것이다.  

달과 사쿠라를 타고 맘껏 욕망해 볼 것이다.

달과의 욕망, 사쿠라와의 욕망.

둘 사이에 내가 있어보리라. 

 

대체 우리가 만난 적은 있었나요? 차례로 물어볼 것이다.

 

그럼....

그럼....

 

 

달은 "그럼요. 봤어요. 암요 전부, 당신의 전생까지 기억하죠."

벚꽃은 " 당신은 누구신가요? 첨 보는데요."

 

내가 벚꽃이 보고 싶은 이유.

만나서 반가워요. 우리 다시 시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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