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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거림

부끄러운 줄 알아!

by 발비(發飛) 2012. 8. 7.

혹 당신이 길을 가다,

아니다.

 

정확히...

 

서점에서 정신수양을 위한 책을 읽다가, 고르다가... 아주 평정한 마음으로 나오다가,

서류가방을 가로 맨 직장인과 스쳐 지나가다,

멈칫,

그가 당신을 쳐다보면서,

"부끄러운 줄 알아!"

하고 말을 했다면, 당신은 어쩌겠는가?

 

나는 이랬다.

 

이미 스쳐 지나가 버린 그를 돌아다 보았다.

물론 당황스런 표정이었겠지.

그는 말에 걸맞는 경멸의 눈빛을 내게 꽂고는 서점으로 들어갔다.

 

그의 등을 오래 볼 수는 없었지만, 잠시 멍하게 보았다.

그리고 나에게는 좀 더 오래도록 멍했다.

때마침 몇 날 며칠 지겹도록 뜨겁던 하늘에 잔뜩 먹구름이 끼어 있었다.

 

"부끄러운 줄 알아!"

 

이렇게 더운 날, 그는 술을 몇 잔 먹었나보다.

분명코 내게 한 말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그 시점에 그를 스쳐갔다면 누구라도 들었을 것이다.

 

나는 그 말에 자유로울 수 없다.

오늘처럼 아침 10시 반에 사무실에서 나와 종일 사람을 만난 날이면 더욱 그렇다.

세 차례에 걸쳐 사람들을 만났다.

부끄러운 줄 알아... 나는 만남에 몰입을 하였지만,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미친 개가 짖는 소리라고 할 만한데,

나는 그 소리를 그렇게 생각해도 될 만한데,

그 소리를 다큐로 받아 나에게 그 끝점을 두는 것이 강박이라고 할 만한데,

그렇다 하더라도 지금 현재로는 그 소리가 그냥 지나가지지는 않는다.

 

뜨거운 감자처럼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알지도 못하는 그가 한 말을 삼키지도 뱉지도 못하고...

입 안이 뜨겁기만 하다.

 

원죄를 가진 인간이라고 생각하자.

내가 아니라 인간이라면 원래 가지고 태어난 말도 안되는 원죄의식, 죄의식이라고 하자.

 

성당을 다닐때,

내가 걸려했던 것이 미사중에 하는 "내 탓이오, 내 탓이오, 내 탓이오" 였다.

정말 잘 반성해보면 모든 것이 내 탓이었고, 내 탓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이 없었더랬다.

지금도 성당을 비롯한 종교를 거부하는 이유는 자기 성찰 후에 오는 반성모드이다.

 

"부끄러운 줄 알아!"

남의 핑계를 대자면, 이 말을 듣고 웃어넘길 수 없는 이유는 반성이 어릴 때부터 몸에 배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니가 나를 알아? 내가 뭐가 부끄러워! 너나 대낮부터 술 먹고 어디다 시비야! 너나 부끄러운 줄 알아!"

 

너무 긴 가?

암튼 이 정도로 하면 반성모드에서는 벗어나는 것 같기는 한데, 이것도 아닌 것 같다.

없어 보이잖아.

같아 보이잖아.

 

 

단신들의 희망’ 김병만의 리더십처럼

 

겸손! 하게 싸 안으면, 부끄럽지 않을 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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