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죽음교육에 관한 책 때문에,
이 책을 쓴 작가와 죽음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감수를 해 주신 교수님과 이 책에 관심 있어하는 기자와 함게 자리를 했었다.
내용은 요즘 아이들이 죽음이 게임에서만 자유롭게 이루어지면서
실제 죽음을 경험해보지 못한다는 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릴 때 동물들의 죽음을 경험하고
가까운 친척들의 생노병사를 가까이에서 경험하고
그때마다 죽음, 이건 뭐지? 하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반대지점에 있는 사는 것은 또 뭐지? 하면서 철학적 사고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은 죽음이 부정관념이 되어,
또는 다른 이유를 대고, 누군가 아프다면 그냥 병원, 병원에서 죽음에 이르러 바로 장례식,
그런 절차에서 항상 아이들이 빠져있다는 것이다.
정식 인터뷰를 마치고,
자연스럽게 모두들 각자 어릴 적에 직면한 죽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런데 나를 포함한 네 사람 모두가 병아리의 죽음에 깊이 관여되어 있었다.
한 사람은 동생이 서랍에 병아리를 넣어두었는데, 동생이 모르고 서랍을 닫아버리는 바람에 병아리가 죽었단다.
한 사람은 병아리가 한 밤 중에 상자 밖으로 나와 돌아다니다가 잠버릇이 고약한 누나에게 깔려죽었단다.
한 사람은 그냥 병아리가 병들어 죽었단다.
나는 병아리를 개집에 넣어두었다가 막아 둔 벽돌이 넘어지는 바람에 병아리가 깔려 죽은 것을 보았고, 그 순간 기절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그들은 그 이후에도 병아리와 큰 이상없이 지낸단다.
그런데
나는 닭고기를 먹은지는 이제 겨우 3년 정도 되었고, 닭은 물론 모든 새들을 가장 무서워해서 밤에 가위가 눌린다면 영락없이 새 꿈이다.
지금은 많이 극복했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해도 중증이었다.
비슷한 사건을 겪고도 삶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그냥 예민해서라고 치부하기에는 뭔가 더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내내 들었다.
병아리에 대해 그 사건 이후에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눴다면 어땠을까?
닭고기를 다른 사람들처럼 엄청 좋아하는 어른이 되었을까?
길에 널린 비둘기들을 피해 다니느라 괴롭지 않아도 되었을까?
나만 겪었기 때문에 치르는 트라우마라고 생각했는데, 많은 사람들에게 있을 수 있었던 일이라는 것이 꽤 충격이었다.
그런 것이 많겠지... 싶었다.
....... 대담내용은 2012년 8월 9일 동아일보 문화면에 기사로 실렸다. <---혹 기사를 원하신다면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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