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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히는대로 詩

[황지우] 우울한 거울

by 발비(發飛) 2009. 3. 4.

우울한 거울

 

황지우

 

거울을 보는 것을 두려워하면서도

거울에 자주 나타난다

내가

 

재털이를 찾아 책상까지 갔다가 오면서도

아, 내가 책상까지 갔다 오는구나, 생각한다

책상 모서리에 몸이 스칠 때

아, 내가 아직 여기 있구나 하는 생각,

물로 채워진 어떤 덩어리에 대한 생각;

그리고 가끔 죽은 사람 생각이 들곤 하는데

말끝마다 씨발 하던 채광석이라는 자라든가

구반포 치킨집 부서진 치킨 앞에서 술 취하면

유심초의 [사랑이여]를 부드럽게 부르던 김현 선생이라든가

왜 그들의 音聲이 떠 있던 그 공간만이 생인가

그들의 목소리, 표정들, 성격은 幻影인가

 

턱 밑 털을 밀기 위해 추어올린 내 얼굴;

비누 거품을 허옇게 쓴 나의 헛것,

이것, 아무 것도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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