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는 최악이었다.
이 기준의 나의 컨디션에 기준을 둔 것이고, 결과에 기준을 둔 것이다.
일의 과정을 기준에 둔다면 결코 최악이라고는 볼 수 없으며,
최선에 더욱 가깝다.
하지만 오늘의 기준은 컨디션이고 결과이다.
금요일,
난 추가로 발생한 일을 거부하고 정시퇴근을 했다.
지갑을 가지고 나가지도 않았으면서,....
후배를 만나 술 한잔을 사달라고...
그에게 2차에 걸친 술과 집으로 돌아올 수 있는 택시비까지.. 풀서비스를 받고 돌아왔다.
나를 설득시키는 시간이었다.
나에게 논리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주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집으로 돌아와 만 이틀을 잠만 잤다.
자고 있는 동안 내 영혼이 없어진 느낌이다.
몸 또한 사라지고 있는 느낌이다.
자는 내내 내가 자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고 있는 나를 옆에서 보는 느낌이었다.
허기에 깨어 끼니 같은 끼니를 떼우고
얼마전에 다운 받아둔 BBC의 [살아있는 지구] 중 한 편을 틀었다.
남극과 북극의 사계가 나온다.
생명이 살 수 없는 곳에서 곰과 펭귄이 살아내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영하 40도, 4개월내내 태양이 사라진 곳에서 펭귄이 생명을 품고 있었다.
알을 부화시키고 있었다.
태양이 다시 돌아옴과 함께 새로운 펭귄이 태어났다.
그걸 보면서 다시 잠이 들었다.
생존에는 영혼이 필요없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라며,,, 잠결에 생각했다.
펭귄에게 영혼이 있었다면,
태양이 없는 4개월동안 자신의 알을 부화시킨다는 것이 무모하다는 것과
그곳에서 겪는 고통과 인내에 비하면 단 한 마리의 펭귄(그것도 살아낼 수 있을지 없을 지도 모르는..)이라는 결과 또한 ...
생존에는 영혼이 필요없는 것인지 모른다.
일을 보다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생각이라는 것을 해야 한다.
그리고 일의 목표가 뚜렷이 보여야만 앞을 향해 똑바로 갈 수 있는 것이다.
생존을 위해서 하는 일.
사막에서 먹이를 구하는 일이나, 빙하에서 먹이를 구하는 일이나, 고산에서 먹이를 구하는 일이나...
이런 일은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먹기만 하는 되는 일이다.
그런데 우리가 사는 지금 이 세상.
말로는 먹고 살기 위해서 일을 한다고는 하지만
내가 진정 먹고 살기 위해 일을 한다면, 모순이다.
먹고 살기 위해 일을 한다면,
그리고 일을 하고 있다면,
영혼과 육체가 사라지는 느낌은 없어야 한다.
태양이 없는 4개월 동안,
기다리는 것은, 자신의 알을 깃털 속에 묻고는 서로의 체온을 지키기 위해 수천마리의 펭귄들이 살을 맛대고 있는 것은
4개월이 지나면 어김없이 돌아오는 태양에 대한 믿음때문이다.
잠결에 생각했다.
펭귄은 건강하고 심지 굳은 영혼이 있으며, 그것은 태양이라는 강한 목표점이 있기 때문이다.
태양에 대한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하루 이상의 잠을 잔 일요일 낮에 또 깨어 잠시 생각했다.
펭귄(황금펭귄이었다...이제사 생각난다)을 또 생각했다.
그들의 움직임이 꽉 차보였었다고 생각했다.
피폐한 육신과 그 육신 안에 텅 비어버린 영혼의 자리.
언제나 확고하게 말했다.
현재 내가 발딛고 있는 곳에 최선을 다한다.
그것이 지금까지 나를 버틴 힘이다.
나를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갈 수는 없다.
하지만 나만은 나를 중심으로 세상을 봐야 한다.
그들을 중심으로 나를 보면 난 언제나 공허하며, 변방이며, 대체 가능하다.
나를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갈 수는 없지만,
나를 놓아두고 혹은 놓아두지 않고 보이는 세상에 대해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나를 중심에 두지는 않을지라도
나를 중심에 두고 움직여주는 소우주 같은 세상은 만들어주는 우주에 살아야 한다.
새벽에 잠에서 깨어...
다시 잠이 오지 않았다.
피카소의 그림 몇 점을 보았다.
드로잉....
만들어가는 것.
다시 잠을 청하였으나, 난 내내 꿈에 시달렸다.
엑셀 파일들과 PPT파일들을 넘나들며, 꿈속에서도 뭔가를 만들고 있었다.
월요일이긴 한가보다... 꿈을 떨치려 머리를 흔들면서 생각했다.
이건 영혼이 사라지는 느낌이다.
나의 모든 것들이 엑셀과 PPT로 잠식되고 있다.
피카소의 드로잉..... 덧칠을 하며 완성되어가는 드로잉,
드로잉...
이것은 드로잉일 뿐이다.
완성된 그림이 아니다라고 우기며, 또 아닐 것라고 믿으며...
드로잉의 불완전함...
몇 번의 드로잉...지금 내 영혼의 그림.
새로 시작하는 3월이며 월요일이다.
꼭 그래야 할 필요는 없지만, 피폐함의 원인을 생각해야 한다.
나 자신에게 끊임없이 물어야 한다.
모든 것이 사라지기 전에......
지금 너에게 무엇이 필요하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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