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의 맛
최승호
내가 돌멩이를 물어뜯으며 무슨 말을 했다고 해도
돌에게는 나의 말이 먹히지 않았을 것이다
요동치는 마음과는
절대적인 거리를 두고 있는 돌,
황룡사가 큰 불길에 날아가도
드넓은 빈터에 묵묵히 남아 있는
밤하늘 항성들과 짝한 만한 돌,
그 돌들과는 침묵으로 통화해야 하지 않았을까
구불구불한 물길을 따라서 굴러오고 또 굴러온
조약돌 하나
봄의
강가에서
심심한 오후를 보내고 있을때
돌이여,
내가 미련하다
손에 쥐었다가 바지주머니에 넣었다가
무슨 맛인지 잠깐 입안에 넣어도 보았는데
돌은 아무 맛도 없었지
혀도 없고 입술도 없고
목구멍도 없었던 시절의 침묵처럼
돌은 아무 맛도 없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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