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
최승호
1
끌려다니는 바퀴들은 어디서 쓰러지는지
코끼리가
상아의 동굴에서 쓰러지듯
고철의 무덤에서 쓰러지는지
삭은 뼈들
녹슨 대포알
녹슨 철모
덜컥거리며 굴러 떨어지는 텅 빈
두개골
성욕 왕성한 흰 벌레들이
죽음을 진행중인
주검은 자갈치시장보다 더 활기찰 것이다
부활은
무슨 뜻인지
지린내와 쇳내 뜨거운
철둑길에 철따른 꽃들이 피어 있다
2
석탄차들이 붐비는 광산
육중한 하중을 짊어진 바퀴들이
굴러간다
끌면 별수없이 몽고로
끌려가는 공녀
끌려가는 예수
채찍 맞은 조랑말
그리고 계어멸 속의 폴란드 광산 노동자들
육중한 하중을 짊어진 바퀴들이
굴러간다 묵묵히 끌려간다
3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처럼
퉁겨져 나올 수 없는
바퀴들
때리는 망치 소리
4
바퀴들이 흘리는 것은 피가 아니라
쇳가루
피는
바퀴에 깨진 사람의 살덩이에서
폭발하는 화산의 불꽃처럼
마그마처럼 터지고 흘러 나온다
주황색 디젤 기관차
피를 튀기며 달리는 디젤 기관차
길 위에 놓인 바퀴가 길을 만든다.
길은 가만히 그 자리에 놓여 끝없이 나아간다.
바퀴의 힘으로 길은 전진하여 지구를 감는다.
우주를 칭칭 감는다.
길은 바퀴로 인해 하나를 묶는 끈이 된다.
바퀴는 길 위에서 깨지고 부딪히고 피 튀기며 굴러간다.
길은 제 길을 따라 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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