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見聞錄

김영갑... 바람...풀...꽃... 나무... 차다

by 발비(發飛) 2007. 4. 15.

 

전철역 계단에서 발을 헛디뎌서 굴렀다.

일어날 수 없어서 그 자리에 앉아있었다.

방금 전철에서 타고 내렸을 수많은 사람들이 서서 앉아있는 나의 옆을 지나갔다.

틈새 없는 사람들 사이에 다리높이 만큼의 키로 앉아있는다는 것.

......

한 사람이 손을 내밀었다.

제 손을 잡고 일어나보세요! 하실 수 있겠어요?

고개를 끄덕이며 완전히 그사람에게 의지해서 몸을 세웠다. 몸이 섰다.

 

서 있는다는 것이 그리 중요하지 않는데 왜 서있어야하면서 서있었다.

 

지금  발이 차다.

얼음 같은 발을 주무르다가 김영갑 선생님의 사진을 생각했다.

그 분의 사진에는 바람이 분다.

 

그 바람이 내 발에 불고 있다.

찬 바람이 불고 있다.

김영갑 선생님의 사진첩에서 몰려온 바람이 내 발에 모두 쏠려들어가고 있다.

찬 바람을 사진으로 끌어들인 그 분이 생각난다.

 

어쩌면 내 발이 지금 차가운 것은 내 몸 안에 있는 찬 기운들을 모두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발로 찬 바람들이 모두 몰려가고 있는 것이다.

손으로 발을 만지면 손은 어느 때보다 지금 더 따뜻하다.

 

그 분이 바람을 쓸어 담아, 사진 안으로 끌어 담아

바람을 빨아당겨줘요!

 

 

그 분이 숨쉬던 제주도 삼달리 두모악 갤러리에 가고 싶다.

그날처럼 바람을 맞으며......

 

 

2006년 5월 두모악갤러리 옆 유채밭에서 비나이다가 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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