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역 계단에서 발을 헛디뎌서 굴렀다.
일어날 수 없어서 그 자리에 앉아있었다.
방금 전철에서 타고 내렸을 수많은 사람들이 서서 앉아있는 나의 옆을 지나갔다.
틈새 없는 사람들 사이에 다리높이 만큼의 키로 앉아있는다는 것.
......
한 사람이 손을 내밀었다.
제 손을 잡고 일어나보세요! 하실 수 있겠어요?
고개를 끄덕이며 완전히 그사람에게 의지해서 몸을 세웠다. 몸이 섰다.
서 있는다는 것이 그리 중요하지 않는데 왜 서있어야하면서 서있었다.
지금 발이 차다.
얼음 같은 발을 주무르다가 김영갑 선생님의 사진을 생각했다.
그 분의 사진에는 바람이 분다.
그 바람이 내 발에 불고 있다.
찬 바람이 불고 있다.
김영갑 선생님의 사진첩에서 몰려온 바람이 내 발에 모두 쏠려들어가고 있다.
찬 바람을 사진으로 끌어들인 그 분이 생각난다.
어쩌면 내 발이 지금 차가운 것은 내 몸 안에 있는 찬 기운들을 모두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발로 찬 바람들이 모두 몰려가고 있는 것이다.
손으로 발을 만지면 손은 어느 때보다 지금 더 따뜻하다.
그 분이 바람을 쓸어 담아, 사진 안으로 끌어 담아
바람을 빨아당겨줘요!
그 분이 숨쉬던 제주도 삼달리 두모악 갤러리에 가고 싶다.
그날처럼 바람을 맞으며......
2006년 5월 두모악갤러리 옆 유채밭에서 비나이다가 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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