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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히는대로 詩

[Peter Handke] 아이의 노래

by 발비(發飛) 2007. 1. 12.
LONG

Peter Handke

 

독일의 희곡작가. 문학의 정치화를 주장하였는데 기존의 문학, 예술, 정치를 비판했다. 그는 언어를 통해 계몽하려 했다. 1966년 발표된 《관객모독》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국적 오스트리아
활동분야 연극, 문학
출생지 오스트리아 케르텐 주 그리펜
주요작품 《나는 상아탑의 주인》 《문학은 낭만적이다》 《관객모독》 《카스퍼》 《느린 귀향》 《왼손잡이 여인》 《고통스런 중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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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1942년 오스트리아 케르텐 주 그리텐에서 출생했다. 60년대 말 독일 문학을 주도했던 참여문학에 반대하여 언어내재적 방식에 주목한 작가이다. 그가 주장하는 문학의 정치화는 자명하게 규정된 것,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것을 만들어진 것, 조작된 것, 지배체제의 드라마투르기로 인식하는 데서 출발하며 이러한 인식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문학의 과제라고 보았다. 기존 문학계와 연극계 그리고 정치계에 대한 반권위적이고 비판적인 그의 도발행위는 바로 이러한 시대적 흐름과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한트케의 계몽적 수단과 대상은 언어였다. 그는 언어적 현실과 실제적 현실 간의 관련성에 주목했으며 1966년 전통극 형식에 대항하는 《관객모독》을 발표하여 연극계에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다. 무대에서 벌어지는 사건에 대한 전통적 관극태도를 고발하는 이 작품은 끊임없는 독백으로 이어진다.

논문적 성격의 《관객모독》은 다음에 발표된 작품 《카스퍼》에서 보다 구체화되는데, 이 작품에서 팬터마임과 언어극을 절충하여 개인이나 사회그룹이 사회적 의식을 형성하는데 언어가 어떻게 조작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 작품에서도 언어적 현실과 실제 현실 간의 관계의 문제가 중점이 된다.

한트케는 그의 잡지 《세상의 무게》에서 자신의 일상적 삶의 세부사항들을 기록하고 있다. 파리에서의 병원생활, 친구의 죽음, 아이의 교육문제 등에 관한 수많은 일상적 단상들이 일기형식으로 기록되어 있다. 주변환경을 서술하는 주체의 관찰이 주제를 이룬다. 그는 모든 존재현상들에 대해 이제까지의 모든 선입견으로부터 벗어나 존재의 직접성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작품 의도를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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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

아이의 노래

 

Peter Handke

 

아이가 아이였을 때

팔을 휘저으며 다녔다

시냇물은 하천이 되고

하천은 강이 되고

강도 바다가 된다고 생각했다

 

아이였을 때 자신이 아이라는 걸 모르고

완벽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이가 아이였을 때

세상에 대한 주관도 습관도 없었다

 

책상다리를 하기도 하고 뛰어다니도 하고

사진 찍을 때도 억지 표정을 짓지 않았다

아이가 아이였을 때 질문의 연속이었다

왜 나는 나이고 네가 아닐까?

왜 난 여기에 있고

저기에는 없을까?

시간은 언제 시작되었고

우주의 끝은 어디일까?

태양 아래 살고 있는 것이 내가 보고 듣는 모든 것이

모였다 흩어지는 구름조각은 아닐까?

악마는 존재하는지, 악마인 사람이 정말 있는 것인지,

내가 내가 되기 전에는 대체 무엇이었을까?

지금의 나는 어떻게 나일까?

과거엔 존재하지 않았고 미래에도 존재하지 않는

다만 나일뿐인데 그것이 나일 수 있을까...

 

아이가 아이였을 때

시금치와 콩, 양비추를 억지로 삼켰다

그리고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게 모든 것을 잘 먹는다

아이가 아이였을 때

낯선 침대에서 잠을 깼다

그리고 지금은 항상 그렇다

 

옛날에는 인간이 아름답게 보였지만

지금은 그렇지가 않다

옛날에는 천국이 확실하게 보였지만

지금은 상상만 한다

허무 따위는 생각 안 했지만

지금은 허무에 눌려 있다

아이가 아이였을 때

아이는 놀이에 열중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열중하는 것은 일에 쫓길 뿐이다

 

아이가 아이였을 때

사과와 빵만 먹고도 충분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도

아이가 아이였을 때 딸기만 손에 꼭 쥐었다

지금도 그렇다

덜 익은 호두를 먹으면

떨떠름했는데 지금도 그렇다

산에 오를 땐 더 높은 산을 동경했고

도시에 갈 때는 더 큰 도시를 동경했는데 지금도 역시 그렇다

버찌를 따러 높은 나무에 오르면 기분이 좋았는데 지금도 그렇다

어릴 땐 낯을 가렸는데 지금도 그렇다

항상 첫눈을 기다렸는데 지금도 그렇다

아이가 아이였을 때 막대기를 창 삼아서 나무에 던지곤 했는데

 

창은 아직도 꽂혀있다

 

-베를린 천사의 시 중에서

 

 

 

어찌 어찌 돌다가 발견한 '페터 한트케'의 시 '아이의 노래'

다분히 희곡작가의 솜씨이다.

한 편의 그림같은 이야기가 떠오른다.

시와는 다른 시의 느낌....

정지가 아니라 진행하고 있는...

 

시간이 참 많이 가고 있는 한 편의 시

시간 옆으로 수많은 사람이 지나가는 시

다시 그 옆으로 여러 배경들이 머리 속에 그려지는 시

 

오랜 친구가 속닥속닥 이야기 하듯 들려주는 우리들의 이야기 같다.

 

외국시의 좋은 점은 이런 생경함일 것이다.

낯설음,

먹어보지 못한 것들에 식욕이 마구 생기는 요즈음이다.

 

맛은 모르지만,

낯설음 하나로도 마치 맛난 듯한, 아니 맛은 문제가 되지 않은 듯한 요즘 시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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