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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히는대로 詩

[유치환] 幸福

by 발비(發飛) 2007. 1. 2.

幸福

 

유치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는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

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

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 더 의지삼고 피어 흥클어진 인정의 꽃밭

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방울 연련한 진홍빛 양귀비 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청마 유치환시인의 행복' 참 오래간만에 전문을 본다.

 

1974년판 민음사에서 발간했던 세계시인선 21번 '청마시선' 중 가장 마지막 페이지에 이 시가 있다.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라는 구절때문에 더욱 애잔하다.

행복이라는 것.

사랑과 행복이라는 것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다.

사랑이 없는 삶에 행복이라는 것은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행복한 삶에 사랑이 없다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행복을 원한다면 사랑을 해야하는 것이다.

 

'나 그대를 사랑하였으므로 행복하였네라'

 

시인은 진정 사랑을 한 사람이구나.

사랑을 한다는 것은 사랑의 상대자와는 상관이 없는 나의 몫인것이다.

사랑을 지키는 것도 놓는 것도 나의 몫이다.

그에게 감사한 것은 사랑하였으므로 내가 사랑하였으므로 행복하였네라.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시가 참 좋다.

진정 시가 참 좋다.

오래된 그 분들의 시들이 참 좋다.

낡지 않아서 바래지 않는 시이다. 언제나 처음 그대로의 모습을 가진 시들이다.

죽어도 사는 詩, 오늘 청마 유치환의 시집을 골라 들었던 나를 사랑한다.

 

청마 유치환시인은 고등학교 교장선생님으로 계시다가

내가 태어나기 꼭 한 달 전에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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