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 프레베르1 [일기] 적당한 밥 눈을 뜨자마자 홀린듯 밥을 했다. 냉동실에 얼려두었던 밥이 떨어진 것을 어제 알았고, 십년 넘게 이십년 가까이 냉동실에 늘 얼려둔 밥이 있었던 탓인지 모른다. 늘 있었던 것은 있어야 했나보다. 2주전 안동에 다녀오면서 엄마가 주신 햇쌀과 친구가 준 완두콩을 섞어 밥을 했다. 아주 오랫동안 언제 만들어졌는지, 땅에서 나온 건지 공장에서 나온 건지 느낌조차 없었던 잡곡밥이 아니라 낯설었다. 설레기도 했다. 올 가을까지 땅에 뿌리를 내고, 햇살을 잎으로 받으며 여물었을 생명. 냉동실에 얼려둔 시래기(이것도 친구가 준 거)로는 쌀뜨물을 뽀얗게 받아 심심하게 된장국을 끓이고, 지난 여름 끝 정선 여행 중 시장에서 산 참나물은 참기름을 듬뿍 넣고 볶았다. 완두콩밥은 4인분을 해서 여섯개의 그릇에 나눠 냉동실에 넣고.. 2021. 10. 29.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