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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바다
나도 낡고 신발도 낡앗다
누가 버리고 간 오두막 한 채
지붕도 바람에 낡았다
물 한 방울 없다
아지 못할 봉우리가 하나가
햇볕에 반사될 뿐
조류도 없다
아무것도 아무도 물기도 없는
소금 바다
주검의 갈림길도 없다
서시
김종삼
헬리콥터가 지나자
밭이랑이랑
들꽃들이랑
하늬바람을 일으킨다
상쾌하다
이곳도 전쟁이 스치어갔으리라.
웃고 이야기하고, 끼리끼리 나누며 다니는 사람들을 만난다.
참 평화롭다고 생각한다.
나도 저렇게 평화로웠으면,
나도 저렇게 한 무리였으면, 하고 부럽게 쳐다본다.
어느 날 만난 친구가 나더러 말한다.
"참 좋아 보인다. 얼굴에 '신난다'하고 쓰였다. 안 그러냐?"
옆의 친구에게 동의를 구하며 나를 쳐다본다.
내게도 평화가 있구나
나도 누군가의 무리였었구나
햇살 받은 밭이랑 위에 들꽃이 피어있고, 꽃잎들은 하늬바람에 살랑거린다.
살랑거리는 꽃잎을 보면 맘이 같이 살랑거린다.
땅을 뚫고 올라 온 연한 들풀이 한 판 전쟁을 치르고
들풀에서 꽃이 피어오르려 전쟁을 치르고
하늬바람과 들꽃은 빈 공간을 두고 전쟁을 치르는 중이고....
김종삼님의 시에서 60년대 이발소에 걸린 액자그림을 보았다.
평화로운 초록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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