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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히는대로 詩

[김종삼] 서시 외

by 발비(發飛) 2006. 2. 2.
LONG

소금 바다

 

나도 낡고 신발도 낡앗다

누가 버리고 간 오두막 한 채

지붕도 바람에 낡았다

물 한 방울 없다

아지 못할 봉우리가 하나가

햇볕에 반사될 뿐

조류도 없다

아무것도 아무도 물기도 없는

소금 바다

주검의 갈림길도 없다

ARTICLE

서시

 

김종삼

 

헬리콥터가 지나자

밭이랑이랑

들꽃들이랑

하늬바람을 일으킨다

상쾌하다

이곳도 전쟁이 스치어갔으리라.

 

 

웃고 이야기하고, 끼리끼리 나누며 다니는 사람들을 만난다.

참 평화롭다고 생각한다.

나도 저렇게 평화로웠으면,

나도 저렇게 한 무리였으면, 하고 부럽게 쳐다본다.

 

어느 날 만난 친구가 나더러 말한다.

"참 좋아 보인다. 얼굴에 '신난다'하고 쓰였다. 안 그러냐?"

옆의 친구에게 동의를 구하며 나를 쳐다본다.

 

내게도 평화가 있구나

나도 누군가의 무리였었구나

 

햇살 받은 밭이랑 위에 들꽃이 피어있고, 꽃잎들은 하늬바람에 살랑거린다.

살랑거리는 꽃잎을 보면 맘이 같이 살랑거린다.

 

땅을 뚫고 올라 온 연한 들풀이 한 판 전쟁을 치르고

들풀에서 꽃이 피어오르려 전쟁을 치르고

하늬바람과 들꽃은 빈 공간을 두고 전쟁을 치르는 중이고....

 

김종삼님의 시에서  60년대 이발소에 걸린 액자그림을 보았다.

평화로운 초록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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