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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거림

hand in hand D-8

by 발비(發飛) 2005. 12. 24.

 

 

 

 

처음 만나는 손들이다.

두 사람의 손이 마주 한다.

그들은 손을 마주해놓고, 만나지 못했던 시간을 미루어 짐작한다.

어떤 손에 더 굵은 주름이 갔는지

어느 손엔 지금도 삶의 때가 진하게 묻어있는지

손을 마주해놓고 미루어 짐작하고 있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다

카메라를 대고 있는 나도 처음 만나는 사람이다

 

그들의 마주한 손을 보면서, 아주 순간적으로 내 카메라에 담으며

나의 손을 거기 옆에 둬 본다.

모르는 사람

몰랐던 사람

모른다는 것은 사람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겪고 무엇을 생각하며 어떤 공간에 각자가 놓여있었던지를 모르는 것이다

그들이 손을 마주 한다

그들의 마주한 손을 보며, 이제 손을 마주 펼 일이 없겠구나 했다

서로의 마주한 손이 지금부터 생길 주름이나 두께는 나란히 같이 생길 것이므로

이제부터 생기는 주름은 같은 모양일 것이므로

 

누구든 처음 만나면, 손을 마주해야겠다.

난 발을 찍기를 좋아한다.

내가 어디에 서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항상 눈을 아래로 두고 내 발을 찍는다.

 

이제 새로운 습관이 생길 것 같다.

마주한 손.

이제 마주한 손을 찍을 것이다.

나를 만나는 이들 괴로울 것이다. 손을 마주하고 포즈를 취해야 할 것이므로...

내가 보는, 찍어서 간직한 손들이, 그렇게 찍혔던 손들은

항상 hand in hand 할 것이라고 굳게 믿으며

손을 마주하겠다.

 

 

 

-만취-

 

영화 두 편을 연달아 보고 나오다 사람을 만났다

 

 

1차

 

'루시아'

(언급하지는 못했지만, 딱 한번만 더 보고 나서 이야기 하려고 입을 닫았다)

그 영화에 취해 사람을 만나는 자리에 따라갔다.

 

2차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은 내 혼을 쏙 빼는 일이다.

왜?

내가 끼어들 겨를이 없기때문에, 그들을 보느라 나를 볼 겨를이없다

 

3차

 

차를 마신다.

연잎차.

오래 오래 우려내어야 제 몸을 풀어내는 기다려야 하는 차

제 몸을 한 번 풀어내고 나면 두 번째부터는 천천히 제 향과 색을 길게 보여주는 차

하얗게 말려있던 몸이 살살 풀어지고 있었던 비린맛의 차

비린향도 향이 될 수 있다고 말해주던 차

 

4차

 

향을 피운다.

아주 작은 빨간 점하나가 꼭대기에 간당거리고 몸을 지탱하고 있다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

한번 빨갛게 점 하나를 찍으면 제 몸이 다 사라질때까지 빨갛게 지킨다

제 색을 지킨다

원래 그랬던 한 번 시작했던 것을 놓지 않는다

똑 똑 떨어져가던 향의 흔적

조차

가지런하다.

자리를 지킨 것들은 사후에도 가지런했다.

 

 

몇 차에 걸쳐 난 취했다

만취했다

크리스마스 파티를 할 생각이었으나, 난 이 맘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맘을 고쳐먹었다.

만취상태에서 깨지 않을 것이다.

조금만 더 술을 깨지 않고 취해있겠다.

그러므로 해장국도 해장술도 어떤 것도 사절이다.

 

나에게 크리스마스파티를 하자고 말하지 말라

거절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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