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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거림

점점 기형이 되어간다

by 발비(發飛) 2005. 7. 15.

제본소에서 일을 한 지 2년이 다 되어가는데...

내 몸의 지도가 바뀌어가고 있다.

사실 얼굴은 빼고 자타가 공인하는 몸짱(?)... 거기까지는 안 되더라도.

그래도 봐 줄 만 했는데.

이를 어쩌나?

얼굴은 원래 안 된거고, 지적 수준도 원래 안 된 거고, 교양 수준도 원래 안 된 거고,

남은 거라고는 믿을 거라고... 개 중 나은 나의 사지였는데..

이제 아무 것도 남은 것이 없게 되었다.

 

무거운 책들을 나르는 사이

나의 신체는 나의 일에 맞추기 시작한다.

책을 잘 들기위해서 처음에는 팔뚝이 재빨리 굵어지기 시작하더라.

팔뚝도 살아가기 위한 방편으로 제 근육을 늘여야겠었나보다.

그려려니... 점점 팔뚝의 힘이 세어지는거려니, 어느 순간 멈추겠거니...

절대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배

힘은 배에서 나온다.

바닥에서 책을 올릴 때 팔뚝과 보조를 맞추어야 하는 것이 배다.

응차!

하면 배에다 힘을 준다. 책뭉치가 번쩍들린다.

배에 임금 왕이라도 새겨진다면야 뭐가 걱정하게 있으랴만,

그거이 아니라, 지방축적으로 힘을 대신할 셈인가보다.

내 몸이지만 내 편이 아니다.

오늘 무지 나르다, 아! 심난하다. 심난해.

 

발달....

진화....

나에게 있어 팔뚝과 배는 진화한다고 봐야하는 것이다.

꼬리뼈가 퇴화되어 없는 것과 반대의 이치리라..

 

이를 어쩌나?

다리보다 굵어지는 것은 아니겠지?

 

오늘, 지금까지 책을 날랐다.

팔이 들어지지가 않는다.

꼭 이러고 나면  팔뚝에 단단한 근육이 붙어버린다.

뎀벨로 운동을 해서 생기는 근육과는 차원이 다른 ... 싫어라.

팔뚝이 굵어지는 것 때문에 일을 그만뒀다면 신문에 나려나?

그건 좀 아니다 싶고...

 

아르바이트 하는 학생이 왔었다.

집이 식당을 한단다.

하루종일 책을 나르고 나더니 하는 말.

 

" 난요~, 식당에서 나르는 쟁반이 제일 무거운 줄 알았거든요.

근데요. 이제 쟁반은 장난이예요."

 

허걱!

그럼 난 뭐지? 완전 터미네이터다.

한가지 희망은 있다.

더는 무거움을 견딜 수 없으면, 식당으로 가서 쟁반을 나르면 되겠다.

아르바이트말에 따르면 그건 장난이라는데...

 

아무튼 팔이 무지 아프구만.

한 달이면 몇 번 행사처럼 책을 나르는 일.

그때 나도 좀 바쁘면 나르는 일은 피할 수 있지만, 놀면서 맹숭맹숭할 수 없어서...

그럼 우리 할아버지 사장님이 날 가만히 두지 않을터이니.

그 눈이 무서워 덤볐다가 오늘도 팔뚝 굵기를 늘이고야 말았다.

이를 어찌할꼬?

 

내 팔뚝....

진짜 다리보다 더 굵어지는 것은 아니겠지. 설마?

가슴보다 배가 더 나오는 것은 아니겠지, 설마?

 

오늘 책을 무지 날랐다. 종일 날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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