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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거림

컴에 대한

by 발비(發飛) 2005. 7. 14.

어젯밤에도 컴은 깨어나지 않았다.

깨지 않았다기보다, 몽롱 그 자체인듯 싶다.

바탕화면이 열리길래, 그럼 힘 닿는데까지 파일을 복사해두려고 실행시켰는데...

그림화일 100장 정도를 복사하는데, 걸리는 시간.

기대하라...

1일 13시간이 걸린단다.

맙소사... 이건 분명 식물컴 수준이다.

그래도 해야지...

아는이가  그러더라, 쉬게 해 주라고...

그래 쉬게 해주자.

그래서 강제로 수면제를 먹인다.( 전원을 꺼버렸다)

그리고 지금도 자고 있다.

 

컴을 유기체라고 생각한다면, 난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컴에게 매일 이야기를 하고,

컴에게 화를 내고

컴이 들려주는 말을 듣고.

모르는 것! 질문하고 소리치면, 대답해주고...

보고 싶은 것! 하고 손 들면, 보여주고...

듣고 싶은 것! 하면 들려주고...

 

나에게 컴은 친구인데. 그가 잠자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잠 잘 시간을 준다.

만약 그래도 깨어나지 못한다면, 병원으로 보낼 밖에...

내 손에서 해결이 안된다면, 의사의 도움을 구하는 수 밖에.

그가 가진 내 것들...

약오르지 말자.

마음을 비워보기로 한다.

비우자.... 원래부터 다 내것이 아니었다.

컴에서 다운 받아온 것들이다. 시간을 주었을 뿐이다.

다시 시간을 주자... 새로운 만남을 준비하는 마음이 된다.

할 수 없다. 할 수가 없다.

 

어제

난 어제 할 일이 없었다.

그 유명한 삼순이를 어제 보았다.

난 tv와 별로 친하지 않지만, tv를 보기로 했다.

드라마를 두편이나 봤다.

다른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참 오랜만에 보았다.

 

나의 집이 아닌 다른 사람의 집

다른 사람들의 밥상

다른 사람들의 만남

 

오랜만에 보는 드라마에선 낯선 얼굴 천지였지만, 좀 신기했다.

영화에서는 밥을 먹는 장면이 거의 안 나오는데,

드라마에서는 밥상위에서 밥을 먹는 장면이 참 많이 나왔다

사람들은 동그란 상에 둘러앉아 밥을 나누어 먹고 있었다.

흥미롭다.

 

어제의 마음.

오늘의 마음

 

난 컴을 고칠 것이다. 병원에 입원시킬 것이다.

근데 지금 당장 하지 않을 것이다.

다음주는 휴가인데. 그때까지 난 컴을 그냥 둘 작정이다.

win XP는 자기복구능력이 좀 뛰어나다는데, 혹시 스스로 치유할 수 도 있으니깐...

그리고 난 그 시간동안 텔레비젼을 볼 것이다.

가요캠프도 보고, 드라마도 보고, 한번도 본 적이 없는 개그콘서트(이건 장담하기 어렵다)도 보고

텔레비젼을 봐야지... 그래야지...

 

사람들이 어떻게 사나 봐야지...

 

한숨만 푹~~ 쉬고 사는 것은 아닐테지.

 

 

 

난 텔레비젼을 볼 것 이지만, 그래도

 

컴....

 

내 친구

 

일어나라.... 그랬으면 좋겠다.

 

기계라고 말해버리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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