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주 5일 근무라는데...
남들이 말하는 3D업종인 우리일은 시도 때도 없다.
줄 서 있는 인쇄물들
쌓여져 있는 양장 표지들...
그리고 본드
밴딩되어 잘 쌓여져 있는 책들
그것들을 보면서....
만감이 교차한다. 특별히 오늘.
방금 커피물을 올려두었다가 커피를 탔다.
정수기의 뜨거운 물을 써도 되지만, 오늘 아침은 보글거리면 올라오는
물 끓는 소리가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조용하니까.
철거턱 철거덕 거리며 돌아가던 기계소리가 오늘 아침은 잠시 쉬어갈 모양이다.
이 소리의 공간을 무슨 소리로 메꾸나 생각해보다가.
기계의 울림 대신에 무슨 소리를 기계에게도
벽에게도 종이에게도 들려줄까 생각하다가,
물 끓이는 소리를 들려주고 싶었다.
때로는 들었을 것이다.
기계가 돌아가던 중 잠시 쉬었을 즈음엔,
까치의 소리도 들었을테이고, 라디오 소리도 들었을 것이고,
사람들의 말 소리도 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물 끓는 소리는 절대의 정적이 아니면
들으려고 하지 않으면 들리지 않는 소리이니까...
오늘 아침에는 물 끓는 소리를 들려줘 본다.
들었을까?
물끓는 소리는 소리만으로 모양을 상상할 수 있다.
공기방울들이 터지는 소리
연신 공기방울들이 수면으로 올라와 공기와 닿자마자 터져버린다.
공기방울들이 공기와 닿지마자 터져버린다.
공기방울들은 공기를 만나기위해 뜨거움으로 달려들었던 것일까
소리만 들으면,
공기방울들이 얼마나 공기만의 세상을 기다렸는지 알 수 있다.
물이라는 가면을 쓰고 공기임을 저 깊숙히 감추어두며, 기다렸을 것이다.
어떤 뜨거움이든지 뜨거움만 만나면 공기로 돌아갈 수 있는.....
보글거리는 소리는 그들이 만나는 소리이다.
뜨겁지만,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소리이다.
제본소의 기계들은 이 소리를 들으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돌아갈 가능성이 있는 물을 부러워할까
자신들이 돌아가기에는 너무 복잡한 길을 걸었다고 생각할까?
난 주전자에 물을 끓이며,
이 정적속에 들리는 물 끓는 소리가 참 좋다고 생각했는데
귀향하는 이들을 손흔들어 배웅하고 싶은데...
하기사 일부는 나에게로 와서 커피와 합체를 하기도 했지만,
그들도 사주팔자가 있다면, 그 차이이겠지...ㅎㅎ
기계들이 실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물은 너무 불완전한 변신을 했던 것이다.
기계처럼 완벽한 변신을 했더라면, 전생이나 과거따위의 자신의 모습에 대해서는
생각을 할 필요도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도 않았을 것이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보글거리는 물소리를 들으며,
내 속에서도 보글거리기는 하는데,
난 돌아가고 싶은 물의 속성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완벽한 변신을 해서 과거따위 잊어버린 기계의 속성을 가진 것일까?
아무래도 전자인것 같다...
윽~~~~
공장장님이 기계를 돌리시나보다..
정합기에도 가야하고,
절단기에도 가야한다.
전원을 확인하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들이다.
그리고 하나 더, 이상한 찌꺼기가 끼어 있지는 않나 확인하는 것도...
그 틈에 무슨 책이 들어왔나 봐야겠다...
희망이 있다면,
오늘은 칼라 화려한, 화보집이였으면 좋겠다.
읽지 않고 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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