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엔 작은 식당들이 있고.
그 끝 코너에 아트시네마가 있었다.
현대식 건물 깔끔....
그리고 그 앞엔 많은 사람들. 영화를 기다리는 사람들.
난 서울시내에서 여자들이 가장 자유롭게 담배를 피우는 곳을 이곳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서울시내 담배피는 여자들이 다 모인 것 같았다.
그들은 이 곳에서 상영하는 영화에서 빠져나온 듯 싶었다.
세상과는 멍하게 떨어진 모습으로 영화를 기다리며,
남녀 할 것없이 모두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나의 첫인상은 담배였다.
난 가만히 구석자리에서 기다리는 것이 이상했다.
나도 마치 담배정도는 물고 있어야 이 사회에 속할 수 있나 하는 묘한 생각도 했다.
마치 이 곳은 아지트같았다.
난 어느 쪽 사람도 아닌 완전한 이방인이었지만,,,
독일영화전을 할때도, 프랑스 영화전을 할 때도...
난 그곳엘 갔지만, 항상 이방인...
영화도 그랬다.
헐리우드성 영화나 개봉관영화를 보지않는다.
왜냐면, 모른다. 항상 재미가 없다.
그래서 찾은 곳이 아트시네마... 그런데 여기도 재미없기는 마찬가지다.
한 쪽은 심드렁하다고 해야겠고, 한쪽은 멍하다고 해야겠고...
내가 시네마아트를 다녔던 이유는 그 곳의 이상한 기류때문이었을 것이다.
풍문여고 앞에서 커브를 틀자마자 느껴지는 다른 공기의 맛.
난 그들 사이에서 이방인이었지만,
내가 느끼기엔 이방인들의 모임, 난민촌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이제 그 곳에 가면 그들이 없다.
종로3가로 이사를 했다.
어제 인사동엘 갔었다.
허리우드극장이 보였다.
영화 포스터 맨 끝자리에 자크모드감독전을 한다는 아트시네마의 포스터도 붙어있었다.
낙원상가 몇 층이지?
아무튼 낙원상가 안에 어느 자리에 차지하고 있을 아트시네마...
우리나라 영화산업이 날로 번창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
잠깐 딴 이야기로 넘어간다.
서점에 책들이 진열되어있다.
온갖 지식서들, 그리고 수필들, 쟝르를 구분하지 못할 책들...
그 책들을 쓴 사람들은...
우리 독자들에게 무엇인가를 이야기 해 주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동서양의 고전을 잘 읽었길 바라고.
그리고 그 속에서 뭔가 실마리를 찾았길 바라고.
그것이 실용서라는 이름으로 우리곁에 왔기를 바란다.
서점 가판대에는 베스트셀러들이 꽂혀있지만, 서가 높은 자리 한켠에는
도스토옙스키나 톨스토이나, 삼국지.... 구토 이방인... 이런 책들이 턱하니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그 앞에 서 있는 것 만으로 든든하다.
다시 돌아온다.
영화는 책과 다른 것이없다고 생각한다.
온갖 것들이 나오는 것은 책과 같다. 하지만,
나와 같은 아니면 영화를 앞으로 만들,,, 싹들은 어디서 영화의 고전을 볼까...
어디에다 뿌리를 두고 영화가 생산될까...
허리우드 극장 한켠에 세들어 있는 아트시네마에서...
담배가 백해무익이라고 하지만, 그것을 찬양하는 것도, 피우는 것도 아니지만,
그들이 마음놓고 담배정도는 피울 수 있는 공간.
터럭만큼의 이물감없이 자유로울 수 있었던 안국동과 지금의 허리우드...
내가 허리우드에 가면
그들을 만날 수 있을까?
허리우드극장에 가서 아트시네마에 가서 자크드미감독전을 보고 싶은데...
그래서 갈건데...
그 곳에 가면, 그들이 있을까?
내가 보고 싶은 건 영화가 아니라, 영화관 앞에서
삼삼오오 어울려 담배를 피며, 영화에 빠져 있었던 ,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엿들을 수 있었던.. 그때의 기억이 아닐까...
아직 가보지 않았다.
달동네즈음으로 이사한 것 같은데.. 가보면 아닐 수도 있겠지.
어떻게 살림을 차리고 사는지... 궁금하다.
가보아야 겠다.
내가 주로 이용하는 곳은 동숭아트센터
하지만 나의 게으름에도 불구하고 선재아트센터안에 있었던 서울아트시네마를 가는 길은
참 아름다웠다.
안국역에서 내려.. 안국빌딩을 돌아. 창문여고 앞 포장마차들
그리고 안동궁 돌담.
(이것이 예술이다. 오른쪽은 안동궁돌담 원래의 것,
왼쪽의 돌담은 근래에 만든 새 것, 새 것과 헌 것의 차이를 선명히 보여주는 돌담,
난 이 두 줄의 돌담 사이로 가는 길이 아주 설레었다.
오른쪽으로 조금 기울면, 과거
왼쪽으로 조금 기울면, 현재.
한 발 차이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듯한 묘한 줄넘기...나만의 게임이었다)
돌담을 지나면 깊고 어둔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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