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이 맞지 않는다.
방에 앉아 방을 그리는데,
좁은 방에 앉아 있는 것은 나 하나인데
침대에 눈을 맞추면
사진이 삐뚤고
사진에 눈을 맞추면
의자가 삐뚤고
의자에 눈을 맞추면
창문이 삐뚤고
좁은 방은 저 멀리까지 이어져 보이고
고흐의 방이 내 방을 닮았다
내가 디카로 찍어대는 내 방을 닮았다
액자를 찍으며 책꽂이가 안나오고
책상을 찍으면 의자가 안나오고
작은 방이라서 그렇다
큰 집은 저 멀리서
뒤로 물러나 찍으면 다 찍을 수 있는데
아마 그의 방도 내 방처럼 작았나보다
저 뒤로 빠져서 한꺼번에 볼 수 없었나보다
좁은 것은 그런 것이다
한꺼번에 볼 수 없는 것
한 눈에 볼 수 없는 것
세상을 살면서 볼일이 좁은 것이 방만이 아닐텐데
생각한다.
좁은 것이 내 방이기만 해라
좁은 것이 그의 방이기만 해라
다른 것들은 넓어 넓어서 뒤로 뒤로 마구 물러나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그런 방이어라
각이 틀리지 않도록
모든 각들이 나를 가운데 점으로 원근감이 잘 잡히도록
넒어라
내 방만 좁아라
내 맘도 넓고 세상도 넓고
넓어라
뒤로 물러나고
또 뒤로 물러나도
넘어지고 막히는 일 없이 마냥 뒤로 걸을 수 있는
그래서 더 멀리 볼 수 있는
그런 넓은 곳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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