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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보는대로 책 & 그림

[고흐]쉬는 농부

by 발비(發飛) 2005. 5. 9.

 

농부가 그의 아내와 쉬고 있다.

고단한 신발도 쉬고 있다.

아내에게 기꺼이 팔 하나를 내어주고, 짚단을 베고 자고 있다

밀레의 만종과 닮았다

아마 시간상으로는 이 그림이 우선같다.

점심먹고 잠깐의 휴식이 아닐까?

노동뒤에 휴식을 공유하는 사람들.

피곤할 때 사람들은 그  성격을 알 수 있다.

어떤 이는 피곤한 것을 전염시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상대방은 이 사람의 피곤함을 눈치채지 못하게 숨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적극적으로 피곤을 풀려고 하는 사람

시간이 가면 피곤이 풀리겠지 하는 사람

아마 피곤함에 대처하는 방법이 그 사람의 모습이 아니겠나

싶다. 이 그림을 보면서...

무지 피곤한 두사람의 휴식이 아름다워 보이는 이유

벗어놓은 신발이 그렇게 애처롭지만 않은 이유

이들의 옷차림이 허름해도 가난해 보이지 않는 이유

그것은 그들의 눈도 얼굴도 표정도 알 수 없지만,

다만 그들의 쉬는 방법으로 보아

맘만은 누구보다 평화로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 고흐는 이 그림을 그리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철저히 외로웠던 사람

하나뿐인 동생 테오는 멀리 있다

다만 편지를 오가는 것이 전부이다

그런 고흐앞에 부부가 편히 쉬고 있다.

고흐는 이 그림을 그리면서, 밀밭에 바람을 넣고 있다

저 너머 하늘에도 바람이 잔잔히 불어온다.

그들에게 주는 고흐의 선물일 것이다.

얇은바람이 그들의 달콤한 휴식을 도울 것이다.

이 그림을 그리고 있는 고흐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불행한 삶, 외로운 삶이었다.

그의 삶은

하지만, 끝없이 타인에게 눈을 돌렸던 사람이다.

그것도 아름다운 눈을

광부를 그릴 때나 농부를 그릴 때나 의사를 그릴 때나

그의 그림에서 사람들이 고요하고 평화롭다

나무와 해와 달과 풀들은 마냥 움직이지만,

사람은 편안하다.

내가 그의 그림에 열광하는 이유는

사람을 쉬게 하고,

사람들에게 선물을 주는 예술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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