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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보는대로 책 & 그림

[고흐] painter's on his way to work 1888. 7

by 발비(發飛) 2005. 5. 9.

 

그가 일하러 간다.

작대기 하나 끌고 일하러 간다

그의 일은 세상을 만나는 일이다

세상이 어떻게 생겼나 보는 일이다.

저 너머로 들도 보이고 나무도 보이지만

그는 들판에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들판이 어떻게 생겼나 보는 사람이다

그는 보러 가면서 눈이 없다

세상을 보러 가는데,

그 그림자만 짙게 검게 드리우고

그의 눈은 없다.

그림자로 그림을 그리려나

무엇으로 세상을 보려나.

그랬다

고흐의 그림이 세상과 조금은 다른 세상을 그린데는

그가 눈을 뜨지 않고 봐서인가보다

그는 눈으로 세상을 보지 않고

눈을 감고 손끝으로 그림자 끝으로 들려오는 소리만으로 세상을 그렸다

그래서 그림이 움직인다

바람이 움직인다

눈으로 보는 바람은 보이지 않지만,

눈을 감고 그의 끝들로 보는 바람은 꿈틀거림이다.

그림자로 보는 땅은 흔들림이다.

화가가 일하러 가는 길

고흐가 일하러 가는 길에는 눈을 감고 간다

눈을 두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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