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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대로 映畵

크라이 우먼 Cry woman

by 발비(發飛) 2005. 5. 9.

 

그리워한다는 것은

두가지의 생을 산다는 것입니다.

뼈가 아프도록 그립다는 것은

내가 살고 이 세상과는 상관이 없는 일이 아닌가요?

그리운 것은 이 세상 아니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세상과

상관이 없는 것을 그리는 것이므로

이 세상과는 상관없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워하고 있는 사람은

두가지의 생을 사는 사람입니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발을 디디고 선 이 곳의 삶을 살면서

나의 뼈들로 이 땅에 서서 있으면서도

그 속으로는

그 뼈속으로는 그리움으로 삭아들어가고 있는

그런 두가지의 삶을 사는 것입니다.

어느 날  그리움으로 삭아버린 뼈들이 버틸수 없을 때

사라지는 것이지요.

그리움은 영원히 사라지는 것입니다.

더 이상 그리워할 필요가 없는

한 가지 세상에서 살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워 한다는 것...

생각을 한다는 것...

그것은 이 세상의 일과는 상관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그리운 것입니다.

 

왕 꾸이샹은, 원래 좀 천박한 여자입니다.

사귀던 남자의 친구와 눈이 맞아 북경으로 도망가서 사는 여자

남편은 도박에 빠져있고,

여자는 빨간딱지 CD를 팔며 살았습니다.

어느날 남편은 폭행죄를 저질러 감옥으로 가고

여자는 남편의 보속금을 벌려고

상가집에서 곡을 하는 일을 합니다.

성공합니다. 곡을 하는 일로 돈을 벌지요.

천박한 삶을 살지요. 옛날 남자친구와 다시 만나서 잠을 자고

남편을 구하기위해 남편의 교도관과 잠을 자고

그리고 곡을 하고...

그러다 돈이 마련될즈음, 남편은 기다리다 못해 탈옥

탈옥에 실패하고 경찰의 총에 맞아 죽게 됩니다.

그 여자 왕 꾸이샹...

여자는 울지 않습니다.

그냥, 상가집으로 갑니다. 화장짙게 하고, 남의 장례식에서

남편을 생각하며 곡을 합니다.

중국의 장례풍습은 곡을 우는 것으로 한다기보다

그 사람의 삶에 대한 이야기...마치 판소리처럼 곡을 합니다.

여자는 남편을 처음 만났을 때 이야기를 곡으로 합니다

이제 여자는 눈물을 흘립니다.

처음으로 곡하는 여자가 되어 처음으로 눈물을 흘리며

곡을 합니다.

사람들은 그 여자가 곡을 잘했으므로 돈을 두둑히 줍니다.

여자는 울면서 노래를 부릅니다.

맨 마지막 사진입니다.

 

그리움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합니다.

그립다는 것은 그리워하면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리워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다른 남자와 잠을 자고, 돈에 미쳐있고

그리고 동네여자와 머리를 뜯고 싸워도

여자의 뼈속에는 그리움이 있는 것입니다.

그리움은 그렇게 두가지의 삶을 사는 것입니다.

그리워한다는 것의 어려운 점은 두가지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

일 겁니다.

전 그리운 삶을 삽니다.

그렇다고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삶을 살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운 것은 다른 세상의 이야기이니까요

지금 세상은 세상대로 그렇게 살아가고

그리운 세상은 그리운 세상대로 살아가는 것

두가지의 세상을 하루에도 몇 번씩 넘나들며 그렇게 사는 것

그래서 그리워하는 사람들은

약간의 티가 납니다.

옆 사람 중 하루에 몇 번 쯤은 하늘을 보거나

눈이 보는 곳도 없이 눈을 뜨고 있다면

그 사람은 그리운 곳으로 잠시 살고 있는 중일겁니다.

왜 그러냐고 물어보세요

그럼 아니라고 대답하겠지요...

아니니까요. 이세상의 생각이 아니니까요...

그리운 세상은 그리운 대로 그냥 두고

왕 꾸이샹처럼, 화장 짙게 하고 곡을 하면서

싸우면서, 돈을 세면서... 가끔 눈을 보는 곳없이 뜨고 있는 것

그리움이겠지요.

왕 꾸이샹은 언제까지 그 눈을 하고 있을까요?

그리움에도 끝은 있는 것일까요?

있었음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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