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을 내는 출판사의 도서목록, 책의 출간년, 책 제목, 저자를 정리했다.
출판일의 시작은 시집 작업이었다.
시인들과 부대끼며,
때로는 약오르고, 때로는 애닳고, 때로는 이미 일가를 이룬 시인들이 한없이 부러웠다.
그들 곁에서 어깨너머 시를 배웠다.
매달 출판사로 오는 시잡지들에 실린 시 한 편 한 편이 한없이 소중했다.
그렇게
시를 쓰기 시작했고, 등단을 했지만, 출판사을 옮기고 옮긴 출판사에 맞는 일에 빠져 오랜 시간이 지났다.
시의 문법에서 완전히 이탈했다.
나는 시를 사랑하였을까?
사랑이 아니라면 좋아하였을까?
시는 멀어졌고, 나는 일하기를 멈췄다.
오늘 시집제목들을 CTRL+ C, CTRL+V 하지 않고,
괜히..., 시집의 제목이지만, 시의 제목이었을, 시의 한 행이었을, 시의 문장들을 타이핑하며 시집 목록을 정리했다.
처음에는 이들이란... 했다가
좀 지나면서 짠하다가
좀 지나면서 내가 짠하다가
거의 정리를 다 되어갈 쯤엔 마음 한 구석이 따뜻해졌다.
온 몸으로 거부한 것.
엄마 품에 안기고 싶지만
한창 떼를 쓰느라 발길질을 하며 저리 가, 하면서 우는 서너 살 아이처럼
사랑했던 사람, 저 멀리 어디선가 나도 그를 기다리고, 그도 나를 기다릴 것 같은데
한통의 전화를 하면 다시 그때처럼 사랑할 수 있을 듯 한데,
그 끝에 대한 불안때문에,
만약 이번에도 헤어진다면 영원히 사랑할 수 조차 할 수 없을까봐 연락조차 못하고 긴 세월을 보내 버린 것처럼,
나는 내가 그랬던 거였으면 좋겠다.
시를 많이 사랑한 거였고, 애틋하지만 살기 위해 헤어진 거고
이제는 만나기 위해 용기를 내고 있는 거라면 좋겠다.
위대한 시는 아주 오래오래 공동의 것이고, 모든 계급과 얼굴색을, 모든 부문과 종파를, 남자만큼이나 여자를, 여자만큼이나 남자를 위한 것이다. 위대한 시는 남자나 여자에게 최후가 아니라 오히려 시작이다. -W. 휘트먼
끝났다고 생각할 만큼 어렵고 절망적이었을 때
내가 누군지, 무슨 생각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을 때
그것이 너무 막막하고 슬펐을 때 시는 희망이었고, 이해였다.
나에 대한 이해였다. 그래서 다시 시작할 수 았었다. 그때 나는,
지금의 나는 그때와 다르지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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