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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무엇이 욕심일까

by 발비(發飛) 2021. 10. 10.

무엇이 욕심일까. 

스스로 한 질문에 답 근처에도 가지 못해, 나는 또 비겁하게 동굴에 들어갈 준비한다. 

이번 동굴의 시간은 홍상수 감독과 함께 할 예정이다. 

 

-잠시 딴 소리-

 

불륜으로 비난받고 있는 홍상수 감독을 여전히 좋아한다. 

예전에도 대마초와 약물중독으로 비난을 받던 전인권을 좋아했다. 

비난을 받아서 좋아한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런 저런 비난받을 일을 했고,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좋아하는 마음이 없어지지 않아 계속 좋아한다. 

그래서 주위사람들로부터 욕을 먹었지만, 영화가 좋고, 노래가 좋아서 계속 좋아한다. 

굳이 영화, 노래만이 아니라 영화와 영화를 만든 사람, 노래와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함께 좋다. 

나는 마음이 잘 안 바뀌는 사람인가보다. 

 

-잠시 딴 소리 끝-

 

본능이 이끄는대로 동굴의 시간을 준비하며 무엇이 욕심일까. 

이토록 어려운 문제가 있을까?

 

서울을 언제 떠나야 하나.

어디에 가야 하나

어떤 집에 살아야 하나

뭘 하며 살아야 하나

 

이런 질문들에 모두들 각각의 근거로 수많은 조언을 한다.

적어도 삼십대부터 율도국을 꿈꾸며 늘 귀촌을 생각했으나, 이제야 깨닫는다. 

말과 생각이었을 뿐, 구체적인 준비는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내 상상에는 늘 누군가와 함께였지. 이렇게 혼자일 것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막연하게 가족이거나 친구이거나 혹은 파트너이거나.

'혼자' 하는 귀촌은 '혼자'했던 수많은 여행들과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그래서 안착했던 곳이 문경에서 진행하는 귀촌단지였다. 

크지 않은 택지에 어릴적 살던 동네처럼 이웃들이 담을 함께 쓰고, 마주하는 곳이라 마음이 놓였다. 

80퍼센트 이상 결정을 하였는데, 

많은 사람들이 걱정과는 다른 지점에서 불발되었다. 

나는 일본영화에서 흔히 나오는 시골카페처럼 코딱지만한 동네카페을 열어 브루잉 커피를 내리고 싶었다. 

끝내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래서 아웃!

 

4년전 살던 집의 대출을 다 갚아서, 또 대출을 내어 두 평 큰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30년된 아파트라 내부 수리를 하는데 수천이 들었다. 

코딱지만한 아파트지만, 천정부지의 부동상 상승세를 타고 많이 올랐다. 

그런데, 전에 살던 그 집은 재개발이슈로 지금의 집보다 더 비싸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난 지난 4년 동안 대출과 인테리어비용을 상쇄하느라 온 힘을 쏟고, 아직도 대출은 남았는데......

그 집이 불편하고 춥더라도 견디고 4년을 참고 살았다면,

그동안 갚은 대출금과 인테리어비용은 저축되었을 것이고, 남은 대출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백수로 버티는 것이 이리 힘들지도 않았을 건데....,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좀 더 버텨서 집값이 더 오르면 그때 팔아야하나, 하며 부동산관련 뉴스를 급하게 찾아 읽는다. 

돈이 왔다갔다 한다. 아니었다.

또 잘못 선택을 하면 안 되는거잖아. 

한 발만 잘못 디디면 끝장이야.

 

그러다 

문득 

욕심이잖아. 욕심이지.

언제부터 욕심을 내는 사람이 된거지.

잘한 선택, 잘못한 선택의 기준이 돈이 되고 있다. 

욕심이다. 

 

그러다 

문득

욕심?

 

그럼, 서울을 떠나 조용한 시골에 가서 살면서 이웃도 있어야 하고, 

브루잉커피를 내리며 살아야 하고,

내가 살았던 집들이 늘 좋은 수익을 내야 하고,

 

이것도 욕심

 

모든 것이 욕심인건가?

욕심은 삶의 네거티브인 건가? 그렇다면...

 

나는 불안에 잠식 당하고 있다. 

내가 누군지도 모른채 아니 잃어버린채 

불안에 깊숙히 빠져버렸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15편과 이창동 감독의 영화 1편을 다운받아놓고 동굴 속으로 들어간다. 

내 세상이 아닌 그들의 세상에 나를 놓아보기로 한다. 

홍상수 감독의 질문에 나는 아마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답을 할지 모른다.

공부 잘하는 사람은 좋은 질문을 하는 사람이라더라.

나에 대한 좋은 질문을 홍상수감독의 질문으로 대체해보려는 듯

나는 그의 영화 한 가득 들고 동굴 속으로 들어간다. 

 

스스로 질문하지 못하고, 대답도 못하다 이 삶이 끝나면 이 생은 다음 생으로 유예될 것인가.

욕심(心), 하고자 하는 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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