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늦은 휴가를 얻었다.
그 휴가 내내 엄마 집에 있겠다고 선언을 하더니, 정말 그러고 있다.
태풍 하이선이 오고 가던 날, 마트에서 장 본 사진을 카톡으로 보냈다.
엄마네는 먹을 게 없어서 어젠 김치볶음밥을 했던 거라며,
휴가 내 먹을 거라며 장을 대단하게 보았다.
그 중 놀라운 것은 갈치를 산 것이다.
어쩌려고....,
생선요리를 집에서 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는지 모르는지.
생각해보면,
아마 이 아들을 제외한 누구라도 갈치를 사왔다면 화를 냈을 것이다.
그 냄새를 어쩌려고 이러는 거냐며, 절대 안된다고 용납하지 않았을 게 분명하다.
그런데, 아무 말도 안 했다.
그저, "너 갈치조림 할 줄 알아?"
아들은 유튜브에서 보면서 하면 된다며,
엄마 퇴근하면 바로 먹게 해 둘거란다.
누군가는 키우지도 않은 아들에게 갈치조림을 얻어먹냐며 복이라고 하겠지.
근데.... 나는 아......., 했다.
만약 내가 집에 있었다면 창문이라도 제대로 열어놓고,
서큘레이터도 돌렸겠지.
퇴근을 했고,
집은 거의 난장판이었지만,
갈치조림은 맛있었다.
둘이서 마주 앉아 냄새 걱정은 아예 잊어버리고,
이걸 만들 생각을 하는 아들이구나. 그렇구나. 했더니,
"엄마, 풀떼기만 먹지 말고요, 이런 것도 드시고 하세요. 그래야 사람이죠."
이런다.
사실, 자기가 먹고 싶어서 갈치도 사고, 삼겹살도 사고, 간장게장도 샀지만
풀떼기만 먹는 엄마에게도 먹이고 싶었다고 한다.
그렇게 이틀동안 저녁만 되면, 뭘 많이 먹었다.
저녁에 뭘 많이 먹었더니 아침부터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며 배가 고프고,
그래서 점심도 많이 먹었다. 많이 먹고 있다.
.
.
.
그런데, 오늘 아침 잠시 현관 밖을 나갔다가 집으로 들어오니,
세상에 냄새가. 이것저것 섞인 냄새가 장난이 아니다. 옷에서도 냄새가 나는 것 같고....,
휴가라 자고 있는 아들을 못 본 척하고, 페브리즈를 온 집에다 뿌렸다.
페브리즈를 뿌리고 다니다가...., 난 뭐지? 하고 푹 웃었다.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해서 이건 뭐지 하고 황당, 당황, 둘 중 하나로 웃어버리고 말았다.
오늘도 뭔가를 하겠지.
김치볶음밥 정도가 딱 좋은데, 분명히 과할 것이다.
말리고 싶은데, 이를 어쩌지 싶다.
"이런 걸 먹고 살아야 사람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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