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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거림

이상한 일, 실명(實名)과 별명(別名)의 차이

by 발비(發飛) 2014. 2. 20.

 

이렇게 되어있다.

 

 

내가 블로그를 만들어 포스팅을 한 지도 거의 10년이 다 되어갈 지도 모른다.

엄청 오래군.

난 그 사이 폭삭~~~~~???겠지?

 

여기를 오고 가던 사람들이 바뀌고 변하고 분명 그랬다.

이름도 성도 모른던 사람들이 닉 하나를 남기고, 댓글을 달았더랬다.

두 줄, 세 줄, 혹은 열 줄.

서로 모르면서 걱정하며, 마치 가장 속내를 아는 사람들처럼 살가웠다.

나에게 눈길을 주는 유일한 그들을 위해 산 적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지도 모른다.

 

아마 그때 그랬지?

닉을 쓰면서, 닉이 서로의 가면 같다고 생각했겠지.

그래서 실제로 만나 가까워지는 일은 닉이 가지는 어떤 정체성 때문에, 그것이 벽이 되는, 뭐 그런 느낌이 있었다.

 

그런데 요사이 다시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의문이 생겼다.

방문자는 여전히 닉을 쓰는데,

댓글을 남기는 사람들은 모두 실명을 쓴다.

그런데 실명이 더 허구같고, 가상인물같고,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은 이 느낌은 뭐지?

 

그들에게 실례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혹 무례가 된다면 정말 죄송하옵니다. 하지만)

실명을 가진 분들은 대충 이런 말을 남기고 간다.

 

멋진 포스팅이군요

자주 방문하겠습니다.

반가워요. 자주놀러올께요.

포스팅 구경 잘하고가요!

방가워요.

좋은정보네요^^ 

 

뭐..., 모두들 감사하고 괜찮다.

그들이나 그들의 댓글이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보는 나의 마음이 가는 길이, 스스로도 참 희한하는 생각이다.

 

실명으로 말해, 잘 봤다고, 자주 온다는데,

뭐가 부족해서 그들의 말을 지우고 싶은 거지.

사실 이미 많이 지웠다.

왜냐고 묻는다면, 욕을 얻어먹을 각오를 하고 말한다.

내가 낙서처럼 휙 포스팅을 하긴 하지만, 그때만큼은 영혼을 실어 쓴 글에 영혼없는 리액션이 싫어서 그랬다.

특히, 거기에 있는 실명이 좀 이상하다.

 

이름이라는 것이 뭐지?

이름을 걸고 라는 것이 뭐지?

 

주루룩 이름이 적힌 댓글리스트를 보면서 '이름' 이 왜 이리 내게는 가볍고 하찮게 오나 하는 의문으로

봄날의 기미가 보이는 참 좋은 날에, 주절거려 본다.

 

 

 

야만인은 자기 이름을 순긴다. 남이 알면 주술적인 방법을 써서  그 이름의 소유자를 죽이거나 미치게 하거나 종으로 만들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명예훼손이나 구설의 개념에는 아직도 이런 미신이나 그 영향이 남아있다. 우리 이름의 소리가 어떤 뜻이 있는 말과 연관 되는 것을 우리는 꺼린다. - J.L.보르헤스/ 한 이름의 메리아의 역사 중에서

 

 

 

사람의 이름-우리는 모두 이름을 갖고 있다-은 자기가 최종이면 불후의 존재라는 환상을 창조한다. 사람과 이름은 서로 대응된다. 이름은 그 사람이 하나의 과정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파괴 될 수 없는 실체라는 것을 나타낸다. - E. 프롬/ 소유냐 삶이냐 중에서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김소월/ 招魂 중에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김춘수/ 꽃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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