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늙었을 때
예이츠
그대 늙어 머리 희고 잠이 많을 때 난로가에 앉아
졸게 되거든 이 책을 꺼내 보세요
그리고 천천히 읽으며, 한때 그대 눈이 지녔던
그 부드러운 눈길이며 깊은 그늘을 생각해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대의 다정하고 우아했던 시절을 사랑했고
그대의 아름다움을 거짓 혹은 진실함으로 사랑하였던가를
다만 한 남자가 그대 순례자의 영혼을 사랑하였고
그대 변하는 슬픈 얼굴을 사랑하였던 것을
그리고 빛나는 창살가에 고개 수그려
조금은 슬프게 중얼거려요
어떻게 사랑이 달아났고 높은 산을 거닐며
별들의 무리 속에 그의 얼굴을 감추었는가를
그저께 만났다는 후배가
출근하자 마자 네이트온 메신저로 보내 온 시다.
첫 느낌.
나를 늙음과 연관?
또 염장을 지르는군!
발끈!!
두번째 느낌.
아... 앞으로 어느 때 내가 이렇게 되면 좋겠다는
그러니까, 앞으로 올 그때의 나를 기대하는 참 좋은 마음이군!
마음이 스르륵~
좋아! 좋겠는데? 하고 생각했다.
그 마음으로 "좋네, 고마워" 하고 답인사를 했다.
언제나 까칠하게 말하던 누나가 부드러운 포지티브성 답을 해주니, 어색했던지
"?"
그런다.
"니가 원하는 대답이잖아."
"ㅋ" 그런다.
"상상만으로도, 그 모습 좋다. 정말 그럴게. 정말 그러면 참 좋을 것같다." 고 예쁜 마음으로 예쁘게 대답해줬다.
文友,
우리는 스스로가 만들었던 가상전투였지만, 나름 엄청 치열했던 전장터에 함께 있었다.
가끔 총칼을 나눠쓰기도 하고, 서로의 총알을 빼앗아 쓰기도 했다.
그는 작은 승리를 거두었고,
나는 새로운 전장, 새로운 전투가 두려운 패전군인이 되어 귀향했다.
어쨌든 우리는 전우인거지.
그는 아마 그런 끈끈한 마음으로 13년이나 앞서 살고 있는 문우가
내가 참 아름답게 살아, 그리고 늙어... 자신이 가야 할 앞길을 거울처럼 볼 수 있기를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내가 누군가에게 그걸 원했듯 말이다.
시 한 편으로 참 고마운 아침이다.
얼른 외근을 나가야 하지만, 나는 요즘 내 감성, 감정찾기 몰입 중이므로 폭풍 자판 두드림! 영혼 두드림!
..
.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대의 다정하고 우아했던 시절을 사랑했고
그대의 아름다움을 거짓 혹은 진실함으로 사랑하였던가를
다만 한 남자가 그대 순례자의 영혼을 사랑하였고
그대 변하는 슬픈 얼굴을 사랑하였던 것을
그리고 빛나는 창살가에 고개 수그려
조금은 슬프게 중얼거려요
어떻게 사랑이 달아났고 높은 산을 거닐며
별들의 무리 속에 그의 얼굴을 감추었는가를
좋다!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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