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 여인에게
보들레르
거리는 내 주위에서 귀가 멍멍하도록 울부짖네
상복을 하고, 장중한 고통에 싸여, 후리후리하고 날씬한
여인이 지나갔다. 화사한 한 쪽 손끝으로
꽃무늬 주름장식 치맛자락을 살포시 흔들며,
날렵하고 우아하게, 조각 같은 다리로,
나는 마시고 있었다. 얼빠진 사람처럼 경련하며,
태풍이 싹트는 창백한 하늘, 그녀의 눈에서,
넋 놓게 하는 감미로움과 애 태우는 쾌락을
한 줄기 번갯불... 그리고 어둠! 그 눈길로 홀연히
날 다시 되살렸던, 종적 없이 사라진 미인이여,
영원에서밖에는 나는 그대를 다시 보지 못한단 말인가?
저 세상에서, 아득히 먼! 너무 늦었어! 아마도 영영!
그대 사라진 곳 내 모르고, 내 가는 곳 그대 모르기에,
오 내가 사랑했었을 그대, 오 그걸 알았던 그대여
자정이 되면, 몰래 집을 빠져나왔다.
그는 자정이 가까운 시간, 아무도 없는 거리를 홀로 다녔다.
그것을 아는 나는, 그의 뒤를 밟는다.
그를 따라다녔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그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 따라다녔다.
그가 멈추면 나도 멈추었고,
그가 걸으면 나도 걸었다.
어느날은 그가 춤 추었고,
나는 그 춤의 리듬에 맞춰 뛰었다.
그런 날은 캄캄한 밤 중에 엇박자의 발소리만 사방을 메웠다.
분명 엇박자였다.
춤추는 사람과 뛰는 사람.
그는 나를 희롱하며 춤춘다.
나는 그를 보고, 숨을 헐떡거리고... 숨을 삼키고... 먹고... 그런 자정이었다.
자정에는 언제나 누군가를 쫓아간다.
내가 아닌 누군가를, 그가 아니어도 누군가를 쫓아간다.
깨어있던, 잠이 들던, 상관없이,
나는 집을 나와 거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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