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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히는대로 詩

[H.헤세] 애인에게

by 발비(發飛) 2008. 8. 29.

애인에게

 

H.헤세

 

나의 나무에서 또 하나의 잎이 떨어진다.

나의 꽃에서 또 하나가 시든다.

희미한 빛 속에서 기이하게

삶의 얽힌 꿈이 나에게 인사한다.

 

주위에서 공허가 어두운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그러나 둥근 하늘 한가운데서 어둠을 뚫고

위안에 찬 별이 하나 웃고 있다

그 궤도가 차츰차츰 가까이 그를 끌어 당긴다.

나의 밤을 부드럽게 해 주는,

조금씩 나의 운명이 끌어당기는 착한 별이여,

내 마음이 무언의 노래로 너를 기다리고

환영하는 것을 알 수 있겠는가.

 

보라, 나의 눈은 아직도 고독에 차 있다.

나는 가까스로 서서히 너를 향하여 눈을 떤다.

나는 다시 울고, 다시 웃어도 좋은가,

너와 운명을 맡겨도 좋은가.

 

 

 

 

오래된 애인에게

 

언젠가 어느 날에 난 그에게 말했었다.

 

참 많이 당신을 사랑한다. 그리워한다.

그런데 나눌 수 없으니, 만날 수는 없으니

참 많이 당신이 생각날 때마다 그리울 때마다 당신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했었다.

 

그리고 정말 그를 위해 하루에도 몇 번씩 기도했었다.

 

비가 온 뒤 햇살이 쨍한 날,

그는 눈부신 햇살 사이로 걸어와 내 앞으로 와 서 있다.

 

꽃은 피었다 졌고,

그리고 꽃잎은 떨어지고, 꽃대도 뭣도 다 떨어지고...

난, 꽃나무지만 잎파리만 성성한 푸른 꽃나무가 되어 그의  앞에 서 있었다.

햇살 가득한 하늘만 보고 살던 꽃이 지자, 푸른 꽃나무는 하늘은 보지 않고 땅만 보고 시퍼렇게 서 있다.

 

그를 위해 기도하는 것을 잊어버렸다.

그것이 나를 슬프게 한다.

 

... 나의 눈은 아직도 고독에 차 있다.

나는 가까스로 서서히 너를 향하여 눈을 떤다.

나는 다시 울고, 다시 웃어도 좋은가,

너와 운명을 맡겨도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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