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식의 힘
최승호
절망하는 자들은 대담해지는 법이다- 니체
도마뱀의 짧은 다리가
날개 돋친 도마뱀을 태어나게 한다
차오름을 느낀다.
대나무의 마디.
한 마디가 이어졌다.. 붙었다... 막혔다.. 시작이다. 자랐다.
지금 이 시간.
정신없이 몰아치듯 한 달의 시간이 지나고
지금은 다음이라는 단어가 내 머릿속과 몸을 휘감고 있다.
다음으로 전진
다음으로 전진
다음...
다음이라는 넝쿨이 나를 감는다.
다음이라는 넝쿨이 나를 감고 있을 때 나의 몸은 다음때문에 다음 안에서 살수 있다.
공격을 받을 일 없이 다음이 내 몸을 감싼다.
다음 때문에 내 삶은 다음이라는 담보를 얻는다.
사람들은 살고 있다.
살아내고 있다.
꿈을 가지고 사는거지.
꿈을 만들기 위해 사는 시간들, 그리고 꿈을 이루기 위해 사는 시간들, 그리고 또 꿈을 유지하기 위해 사는 시간들.
삶이란 얼마나 개떡같은가?
마치 말라비틀어진 북어가 술에 취한 사람의 몸을 축여주듯....
말라비틀어진 꿈은 현실이라는 것에 취해 사는 인간에게 ... 무엇인가?
무엇?
때로 꿈이란 술에 취한 나를 깨워주는 북어이다.
그래 아침 북어국 한 그릇은 현실에 절어있는 내게 하루를 살게 한다.
오늘 내게서 북어를 보았다.
말라비틀어져 문틀위에 매달려 있는....
이도 저도 아닌 채 그저 점점 말라비틀어져 가고 있는 북어한마리 무명실로 허리를 감긴채 거기 그렇게 있었다.
그저 오랫동안 거기 매달려있었다.
북어라는 이름으로
꿈이라는 이름으로
약이 올랐다.
오랫동안 마음이 아프거나 몸이 힘들면 시에 빠져들었다.
시인의 시 속에서 잠시 머물다 보면
어느새 아프던 마음도 힘들던 몸도 스스륵 풀리면서 현재의 내가 말랑해졌다.
말랑해진 나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
살아갈 수 있었다.
이제 난 치명적인 병에 걸린 것이다.
마음이 아프고 몸이 힘든데... 시에 빠져들 수 없다는 것이다.
잠시 여유를 찾은 오늘도 몇 편의 시를 찾았다.
그리고 읽는다.
시 속으로 몸도 마음도 들어가지 못하고 맴맴돈다...
무명실에 감긴 단단한 북어처럼... 단단하다.
그래서 난 말이지.
이제 마음이 아프거나 몸이 힘들 때 어찌 할 바를 모르게 되었다.
내가 말랑해지지 않는다.
그래서 난 가시가 돋았다.
까칠한 사람이라는 소리를 점점 많이 듣는다. 내게는 익숙하지 않는 단어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럼 난 어디에 있는 것인지... 도대체 정말 ....
내가 알고 있는 난,
다른 사람과의 소통에는 서툴지만,
시를 통해서 남의 마음속으로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하면서 유연해진 나의 마음으로, 말랑해진 나의 마음으로
그런 내가 좋아서.. 난 시를 좋아하는데...
이제 그런 난 어디론가 사라지고
정신없이 일이라는 것을 하는 사이 다른 내가 내가 되었다.
이건 분명 서툴음이다.
익숙하지 못함이다.
장이지 시인의 자작나무 길....과 황지우 시인의 뼈아픈 후회를 두드려두고도 한 마디 하지 못한채 남겨두었다.
그건 나의 과오이다.
한 가지의 일을 한다고 해서 다른 것을 버리는 그런 바보같은 짓은
어린아이의 경우라면 훈육의 대상이다.
어린 아이가 된 기분이다.
그런 나를 인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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