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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처형극장

by 발비(發飛) 2007. 7. 13.

處刑劇場

 

강정

 

팔다리가 묶여 있습니다

벗어나고 싶지 않아요

꿈을 꾼다는 건 얼마나 지독한 자유인가요

나는 이곳에서 죽으렵니다

여기는 그림자에게 육체를 불어넣는 공장

눈, 코, 입 그리고 생식기가 없는 사람들

아랫도리에 심장 같은 불길이 반짝여요

바깥에는 얼마나 뜨거운 태양이 타고 있을까요

온몸이 묶여 있다고 생각하니

세상은 더 내 속에서 이글이글 끓어오르죠

시커먼 탈을 쓰고 내 꿈의 바깥으로 튕겨나온

그들이 내 발 밑에 머리를 조아려요

발끝에서부터 그들 뜨거운 생식의 불길이 번지고

묶인 몸을 최대한 비꼬아 나는

촛농처럼 흐르는 춤을 불길 속에 떨어뜨려요

텅 빈 어둠의 그네들 몸뚱이 속에

태아처럼 싱싱한 불씨가 자라죠

살아랄라라, 불꽃들이 태양으로 날라가

페스트균 같은 비가 세상을 태울 거예요

절정이예요, 끝이예요, 다시 피는 시뻘건 꽃무덤이겠죠

바깥의 세상이 갇혀 있던 나의 꿈을 흉내내고

요도염으로 막혀있던 출구에

미치고 싶어하는 어린 개들이 몰려드네요

나는 나는 두려움에 떠는 즐거운 예수님

개들이 문을 부수고 끌어내어도

나는 나는 여기에서 곱게곱게 미쳐 죽을 거랍니다

 

 

이 시를 올린 것은 이 날이지만, 말 못하고 그저 매일 한 번씩 읽기만 하다가

오늘은 이 시가 내게 다가왔다.

종일 마주 하고 있었지만, 말 한마디 않고 있다가 이제 말문을 열고 내게 말을 한다.

이제 너의 속에 무엇이 든지 어렴풋이 이해하겠다.

말을 해야 알지!

말을 하지 않으면 그 속에 뭐가 들었는지 알게 뭐야!

 

나는 여기에서 곱게곱게 미쳐 죽을 거랍니다.

 

누군가 그러더군.

 

"내 족쇄를 내가 채워두는 것이라고... 이제 이렇게 나를 내버려두다가는 이것마저도 못하는 사람이 되고 말 것이라고....

그래서 난 내 발에 족쇄를 채우고 이 자리를 지키려한다고.

그럼 난 여기에는 있을테니까요."

 

그 말을 들었을때 씁쓸했었고 아무말 없이 듣기만 했었다.

 

열악하다는 것은 자유에 가깝다는 것이다.

몸의 자유라는 것은, 내 몸에 자유로운 것은 그것은 방탕이나 음탕에 가까워.

떠난다고 말을 하지만 떠남 역시 몸의 자유와는 별개의 것이다.

그 자유는 루트라는 또 하나의 틀에, 길이라는 것에 뒷덜미를 잡히는 것이다. 

난 몸의 자유에 내가 던졌던 표 중의 하나를 걷어들인다.

 

지금 난 어쩌면 내 발에 족쇄를 채운 것과 같다.

발에 끼워진 사슬의 길이만큼만 움직이기로 작정하고 내게 사슬의 길이를 정할 자유를 주겠다고 했으나,

내가 구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길이를 가진 사슬을 선택했다.

그러니 난 이제 움직일 수 없는 것이지.

딱 사슬의 길이만큼만 움직일 수 있는 것이지.

 

경험한 적이 있다.

마음의 자유를.... 몸이 갇히자 난 곧 마음에 자유를 얻은 적이 있었다.

몸이 옴싹달싹 하지 못하는 좁은 공간에 갇혀있을 때에 잠시 빠진 상상의 세계가 얼마나 달콤했는지.

상상에서 깨어났을 때의 쓴 맛은 그 달콤함에 비할바가 아니다.

 

가둬라!

내 몸을 가둬서 어쩌면 죽어도 있지 못할 그 달콤함을 다시 맛보고 싶다.

하루종일을 몸이 녹을 듯이,

묶인 발로 일을 하더라도 딱 한 순간( 정말 그때가 찰라에 가까운 순간)이더라도 난 달콤한 자유의 세계로 갈 수 있다.

 

대비,

사슬의 길이가 짧으면 짧을수록

사슬의 무게가 무거우면 무거울수록....진한 달콤함!

혀가 말릴 정도의 달콤함!

결국 내가 죽는 것은 사슬때문이 아니라 진한 달콤함일 것이다.

사슬의 고통이 아니라 진한 달콤함을 못 이겨 달콤함에 빠져 꿀병 속에 든 개미처럼 몸을 말고 달콤함에 빠져 죽을 것이다.

 

몸의 자유로움을 가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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