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 미친 사람
김충규
밤에 도착하자마자 제가 걸어다녔던 길들을 감아들여 몸속에 넣은 사람이 있다 몸속에서 스르르 풀려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하여 아우성을 치는 길들로 인해 몸이 뜨거워지는 사람이 있다 부르튼 발바닥을 주무르며 내일 걸어갈 길을 미리 지도 위에 찍어보는 사람이 있다 지도에 없는 길은 마음의 지도 위에 그려넣는 사람이 있다 길들이 친친 온몸을 감아들이는 악몽을 꾸다가 울컥 길을 토하는 사람이 있다 토해낸 길이 회충처럼 꿈틀거리는 모습을 내려다보는 사람이 있다 자나깨나 길에 미치고 사무친 사람이 있다 심지어 정사할 때도 제 아내를 길처럼 펼쳐놓고 그 위를 뚜벅뚜벅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길(1954, la Strada)
천사같은 마음씨에 어딘가 모자란 소녀 젤소미나는 짐승같은 떠돌이 곡예사 잠파노에게 팔려가고 그의 조수가 된다. 길거리에서 차력 시범을 보여주고 돈을 받는 잠파노가 가슴을 묶은 쇠사슬을 끊어내는 묘기를 보여주는 동안 젤소미나는 북을 친다. 그렇게 두 사람은 떠돌이 생활을 하며 살아간다.
어느 날 잠파노는 옛친구 나자레노를 만나게 된다. 나자레노와 젤소미나는 금방 친해지고, 그 모습을 본 잠파노는 뜻밖에도 질투를 느끼게 된다. 결국 잠파노는 나자레노와 다투다 그를 죽이고 만다. 나자레노가 죽는 것을 본 젤소미나는 정신이 이상해지고, 잠파노는 짐이 되어버린 젤소미나를 두고 도망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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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소미나가 길 위에 떨어져있다.
일으켜 세우자 걷기 시작한다.
길위에서면 저절로 발이 움직이고, 걷게 된다.
길위에서는 쉴 수 없다.
길을 벗어나야만 잠시 걸터 앉을 수 있다.
아무도 젤소미나를 길 밖으로 비껴놓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젤소미나는 걷는다.
멈추지 않는 런닝머신 위를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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