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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거림

공격과 방어의 한해

by 발비(發飛) 2006. 1. 1.

주절거림으로 한 해를 시작한다.

해를 넘기는 일을 이리도 천천히 잘근잘근 씹어본 적이 있는가.

아주 잘근 잘근 씹었다.

 

송년회를 하자는 모임, 친구 만나자는 모임, 모든 흥청거림을 거절하였다.

흥청거림, 때로 에너지로 전환되기도 하지만, 작은 에너지라도 나의 해넘이를 위해 쓰고 싶었다.

 

누구는 나더러 그러더라.

참 긴 12월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고...

정말 그랬다. 지난 2005년 12월처럼 천천히 보낸 12월은 없었던 듯 싶다.

이제 그 12월을 보내고, 마지막 1초까지 말간 정신으로 보내줬다.

 

난 말간 정신으로 해넘이의 순간, 난 나와 내가 아는 이들을 생각했다.

그들과 내가 모두 행복한 해가 되었으면 하고 빌었다. 해는 넘어갔다.

 

넘겼다.

해는 저절로 넘어가지만, 내 손으로 내 마음으로 한 해를 넘어섰다.

 

지난해 나의 큰 변화 중의 하나라면 이 블로그을 빼놓을 수 없다.

블로그를 통해 난 타인과는 그리 살가운 대화를 하지 못했지만,

나와의 대화를 시작했으며 나와의 대화에 최선을 다해 솔직하려고 했다. 올해도 그럴 것이다.

 

타인과의 대화?

그것도 중요한 것이지만, 난 나와의 대화를 위해서 이 블로그를 들락거리려 한다.

나도 모르는 내가 이 블로그에 있으니까.

 

그런 블로그에게 새해 새 옷을 입혀주고 싶었다.

내가 입혀주려 했던 옷들,,,바탕화면 이미지 파일들이다.

 

 

-잠시 딴 소리-

 

 

 

10분간 깔아두었다.

현란한 거리에 나를 두자고 생각했다.

그 거리에서도 정신을 바짝 차리고 난 곧게 걸어가보자 그렇게 생각했다.

거두었다

너무 현란한 색이 신년분위기를 심란하게 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하루저녁을 깔아두었다.

가장 맘에 들었다. 언젠가는 이 그림이 깔리는 날이 올 것이다.

어제 종로에서 찍은 것이다.

하지만, 친구의 강력한 반대로, 신년부터 웬 변기? 좀 참으란다....

기다리시라.

곧 여러분은 이 변기가 깔린 나의 블로그에서 편히 쉴 수 있을 것이다.

그 곳, 우리를 쉬게 하는 곳임을 부인한 사람은 없다.

 

 

 

 

난 알록달록함이 맘에 들었다.

좀 틈새가 없었더라면, 배경에서 제 역할을 했을텐데,

나의 재주로는 더 이상 좁게 만들수 없었다.

 발랄, 명랑, 가벼움

그 맘을 가지기 위해 난 이걸 미리보기에서만 깔아보았다가 내렸다.

 

 

 

파이프 동결 방지 스티로폴 덮개.

멋지다.

색이 좋다,

어찌보면 등푸른 생선같다, 마치 바다 속을 날렵하게 헤엄치는 듯한 모습.

이것도 올해 안에 한 번 쯤은 나의 블로그 바탕에 깔려고 한다.

멋진 그림은 멋진 생각을 하게 하고

멋진 그림은 흔들리는 나를 장면을 발견했을 때의 긴장감으로 나를 팽팽하게 만든다.

아주 평범한 모습이지만, 난 덮개들을 보면서 앗! 멋지다. 그랬었다.

 

 

 

마지막으로 내가 선택한 사진,

철조망!

좀 그렇지?

신년부터 웬 철조망........

이건 잠시 딴 소리에서 벗어나서 주절거림으로 넘어간다.

 

 

 

결국 내가 선택한 것은 짙은 파랑 새벽의 철조망이다.

마름모 철사망, 그 사이로 뾰족한 철사심이 나와 있는 철선이 감겨있는 철조망 사진이다.

난 좀은 살벌한  이 그림을 아주 천천히 넘긴 새로운 해에 나의 첫 모습으로 삼는다.

 

"공격과 방어" 제목을 이렇게 붙여본다.

 

강한 방어, 그것은 곧 공격.

난 이제 좀 단단해지려 한다.

누구나 두드리면 "네~"고 대답하는 내가 아닌 나를 중심에 두기 위한 그런 방어를 하려한다.

 

난 많이 다쳤다고 감히 말한다.

이제 다치지 않기위해 난 작은 철사심을 만들어 나를 지키려 한다.

 

"어떤 공격도 하면 안돼"

"그럼 착한 사람이 아니야... "

 

이렇게 다 커서도 어릴 적 내가 들었던 콩쥐의 모습이 나를 사로잡고 있다.

두꺼비가 나타나지 않는 2000년대이다.

그저 두꺼비를 만날 거라는 생각, 참새들이 떼로 몰려올 것이라는 생각...

그것들 대신 철조망을 만든다.

나를 지키기 위한, 그리고 방어하기 위한 철조망을 만들기로 했다.

 

이 블로그의 문을 열 때마다, 난 단단히 나를 무장할 작정이다.

누구도 대신 지켜주지 않는 나의 나라를 ... 자주국방을 위해 난 철조망을 만들었다.

 

그러면 한가지,

"너 그 안에서 안 나오려고 그러지?" 혹 나에게 그렇게 묻는다면.

"아니..." 하고 대답할 것이다.

 

"저기 옆에 큰 대문 하나 달렸거던. 그리고 철조망?"

 

공격과 방어의 살벌함도 있지만,

유리처럼 다 들여다 보이는 열림의 속성도 가지고 있음을, 다 내보임의 속성도 가지고 있음을....

첫번째는 나에게 그리고 타인들에게 나를 솔직히... 다 들여다보이는 철조망안에 내가 있다.

 

난 2006년 1월 1일

이제 해넘이 파티는 끝이 나고, 친구들은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나도 이제 제자리.

 

주절거림으로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한다. 

올해 끝까지 나의 주절거림이 하루도 빠지지 않고 계속되기를 난 나에게 희망한다.

난 나와 솔직한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올해가 다 지나가고 나면, 난 나와 아주 많이 친해져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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