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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와 걸음 — 조심스러움과 용기

일상 복귀

by 발비(發飛) 2026. 2. 9.

그는 아들의 비행기편 시간을 메시지로 보냈다.

일상 복귀를 알리는 메시지일 거라고 생각했다. 

 

이른 아침 굿모닝과 늦은 밤 굿나잇인사가 늘 그랬던 것처럼 다시 이어졌다.

이상하게도 몇달 간 익숙해진 그와의 일상이 마음에서 바로 돌아오지는 않았다.

며칠 사이에 나만 어색해졌다.

 

문득  '사상누각'이라는 말이 머릿속을 지나가기도 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째가 되어 일상이 어느 정도 회복되었으나 이상하게도 좀 멀어진 느낌이었다. 

겨우 사흘만에, 

베스트프렌드에서 저스트프렌드 중간 정도로,

이런 관계는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럼 왜? 하는 생각이 이어들어 마음을 흘러가는대로 그냥 둔다. 

 

몇 번 그랬듯이 재미있는 영화추천을 해달라고 해서, 

그저께 재미있게 본 <더 와이프>를 추천했다. 

제목만 듣고는 와이프? 좋은데요. 한다.

무슨 말인지 알면서도 보시고 나면 그런 생각 안 드실텐데요. 하고 T성향다운 대화를 이어갔다. 

살갑게 위트있는 대화가 되지 않았다. 

 

그가 아들과 보낸 시간 동안 나 혼자의 시간동안 궁리가고 고민하고..., 혼자 저 멀리 가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가 모르는 나만의 시간이 큰 항아리 안에 가득 담겨 땅 밑에 묻어둔 느낌이었다. 

 

그저께, 두 명의 이종사촌오빠와 종일 다녔다.

하나는 나보다 여섯 살 많고 하나는 한 살 많은 오빠다. 

셋이서 동해로 짧은 여행을 하는 동안 이런 저런 이야기 중에 부부동반 여행했던 이야기를 하면서

본인들 친구를 중심으로 부부동반 여행을 다녀오면 늘 뒷탈이 있었고, 

그나마 새언니들 친구를 중심으로 부부동반 여행을 다녀오면 편안해서 

가게 되면 새언니들 친구를 중심으로 한 부부동반 여행을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자들의 마음을 알 수가 없는 것이 같이 여행을 할 때는 웃으면서 잘 다니고는

돌아와서는 다시는 그 사람들이랑 안 간다고 한다는 것이다. 

형제가 서로 맞장구를 치며, 오래 산 부부라서인지 새언니들이 편한대로 다닌다고 했다. 

그게 본인들도 편안하면서도 갸우뚱거렸다.

 

그와의 문자대화나 통화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하면서 속으로는 이런저런 생각을 엄청 하는 것이니

오빠들처럼 그가 영원히 이해하지 못하는 그런 여자의 마음일런지도 모른다. 

 

그는 아들에게 꼰대라며 계속 혼나고 다녔다고 했다. 

아들이 싫어하는 행동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였으나 며칠내내 미안하다는 사과했다고 했다. 

그의 노모에게 그런 것처럼.

여기저기 을이시네요, 라고 말했더니

우리 세대가 그렇죠 뭐,  하면서 그는 노모도 아들도 이해된다고 했다. 

 

나는 여전히 아들과 엄마에게 맞고 틀리고를 가지고 티격태격한다.

 

어느 작가는 가족에게는 맞고 틀리고 보다 친철함, 다정함이 먼저여야 한다고 했는데,

그가 생각이 났더랬다. 

내가 보기에 그는 그런 것 같다. 내게도 그런 것 같았다.

나는 일때문에 친절해야 할 때를 제외하고는 누구에게 진심으로 친절했던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슬프게도 그렇다.

 

그와의 일을 글을 쓰면서 좋은 점은, 

조심스럽게 판단하고, 매일 용기있게 하루씩 도전하는 것이다. 

생각은 무형이라 어느새 저 어디로 가버리기도 하니까 웬만하면 어디로 뻗어가는지 알 수가 없다.

글을 어쨌든 텍스트라는 유형이라 하루의 맥락이라도 그 흐름이 보인다. 

마구 뻗치는 생각이 가지치기가 어느 정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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