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처음 만나는 경우 자신의 일이나 상대방의 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게 된다.
일로 만나는 경우가 많기도 하고,
일이 아니더라도 나를 상대방에게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이 일이기도 했다.
그와 나는 지인의 소개로 만났다.
아마 지인이 내게 그의 이야기를 했던 것처럼 나의 이야기도 그에게 했겠지.
그래서인지 아니면 둘 다 일을 하지 않은 상태라 그런지
그동안 살아왔던 이야기보다는 그의 노모, 동생들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했다.
20대나 30대에 만났으면 바로 고개를 가로저었을지도 모른다.
그냥 가족들이 많이 친한가보다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만남을 가볍게 생각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와의 시간이 계속 되면서 가족이야기보다는 주로 서로의 일상을 주고 받았다.
어제 그의 아들이 그가 있는 곳으로 온다고 했다.
며칠 함께 지낼 거라고도 말했다.
좋은 시간을 보내라고 인사를 했다.
아마 전화나 메시지를 잘 하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하길래, 편하게 하라고 했다.
그리고 오늘 그의 말대로 나에게 그는 조용하다.
오후에 전화가 왔었는데, 병원에서 물리치료를 받던 중이라 받지 못했다.
아들이 옆에 있을 것을 생각해 전화를 하지는 않고 그런 사정을 메시지로 남겼다.
아들이 왔다는 답 문자가 곧 왔다.
나에게도 아이들이 있고, 그에게도 아이들이 있다.
그런 그와 내가 만나고 있다.
나의 가족은 그에게 어떤 의미이고, 그의 가족은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소설이나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면 사실 흔한 장면이라
극 속의 그들은 의연하고 유연하던데, 나는 왠지 거친 각목을 만지는 것처럼 조심스럽다.
나는 전 가족들과도 잘 지내지 못했고
지금 함께 살고 있는 엄마와도 그리 살가운 관계가 아니다.
그래서 그런지 가족이라는 범위로 묶이는 관계에 대해 겁이 난다.
친구, 동료들과는 좋은데, 유독 가족이 내게는 늘 힘이 든다.
그와 가족이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그들만이 가족일까봐,
모두가 가족으로 묶일 때, 가족 외, 잉여가족일까 봐
두려워 하는 것은 아닌 건지.
'스터츠'의 말대로라면,
내가 왜 그런가? 골똘히 생각할 필요는 없다. 그건 이미 일어난 상태이고 돌이킬 수도 없다.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가 그의 아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길 응원해주고,
오늘 나는 그에게서 잠시 떠나 내 하루를 자유롭게 온전히 살아내는 것이다.
나는 아직 가족이라는 이 영역이 어렵다. 인정해야 한다.
이 상황이 나의 '어떤 시간'을 건드리고 있다는 것까지도 인정해야지.
그것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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