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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와 걸음 — 조심스러움과 용기

낯선 길

by 발비(發飛) 2026. 1. 21.

남녀관계는 늘 어려웠다. 

 

그런데 나이가 많아지니까 쉬워졌다. 

'아님 말고'가 가능해졌다. 

남녀관계라 하더라도 빨리 뜨거워지지 않으니 사고가 생길 일도 없다. 

일이나 시간에 쫓기지 않으니 관계는 느슨하고, 

원하는 시간에 늘 연락이 닿는다. 

먼거리에 있어도 애간장이 타지 않는다. 

 

이것이 생소하다. 

 

나는 지금 새로운 길에 서 있는 것이다. 

 

관계가 쉬워졌다고 관계맺기가 쉬운 것은 아니다. 

관계가 쉬워졌더라도 남녀는 남녀인데,

남녀가 되기는 여전히 어렵다. 

 

꼭 남녀일 필요가 있는가?

 

이것이 새롭고 낯선 길에 선 내 질문이다. 

아주 깊은 우물에 두레박을 끝없이 내리는 느낌이 간혹 든다. 

 

그는 편안한 사람이고, 나도 그를 편안하게 대한다. 

베스트프렌드가 될 확률도 높다. 

그래도 된다. 

그렇지 않아도 된다.

 

넷플릭스 영화 [깊은 밤 우리 영혼은]이 자꾸 생각난다. 

이해도 사랑이다. 

이해에서 사랑이 생기기도 한다.

그 사랑은 늘 곁에 있을 필요도 없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활기찬 시간을 알지 못하는 서로가

서로를 이해한다는 건 가능한 일일까.

 

이렇게 쓰면 그와 내가 무슨 일이라도 있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나는 그에게 어제와 같이 다정한 안부를 묻고,

편안한 하루를 응원해주고, 

따뜻한 저녁이 되길 바란다. 

그도 그랬다. 

 

그저 생각한다.

아, 이건 낯선 길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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