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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와 걸음 — 조심스러움과 용기

요즘 배우는 용기

by 발비(發飛) 2026. 1. 25.

나는 늘 같은 곳에서 아침 운동을 하고, 그는 늘 다른 곳을 다닌다. 

그래서 나는 같은 곳에서 해가 뜨는 장면을 굿모닝 인사로 보낸다. 

오늘 그는 내가 보낸 사진에서 해 바로 옆에 나란히 있는 달을 발견하고는 신기해했다. 

그는 오전 숲길을 다녀왔다고 했다. 

부지런하다고 생각했다. 

매일 운동을 빠지지 않고 하고, 매일 어디론가 다닌다. 식사도 거르지 않는다. 

나는 모든 면에서 편차가 많은 사람이라 신기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배워야 할 점이라고도 생각한다. 

 

가끔은 서로가 크게 변하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내가 괜찮을까.

나는 그가 괜찮을까 

그건 앞으로의 일이니, 그때 생각하자고 생각을 멈춘다. 

이건 감정도 아니고, 같이 살 계획도 없고, 아직은 어떤 관계도 아니니 멈춰야 하는 생각이다. 

무슨 관성처럼 그와 내가 맞는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는 건 이상한 일이기도 하다. 

 

내일 새벽 그는 산행을 한다고 했다. 

겨울산행이라 좀 긴장이 되는 듯 했다. 

나도 모르게 이것저것 말하고 싶은 것이 생기기도 하지만 이것도 멈춘다. 

뭔가 이런저런 말을 하는 것이 오지랍인 듯 스스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는 내게 별 질문이 없다. 

뭐라고 이야기하다보면 나오는 이야기에 이어지는 말이 짧다. 

나한테 별 관심이 없는건가 하는 섭섭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고 예전 누군가처럼 관심을 가졌다면 나는 못 견뎠을지도 모르겠다. 

감정을 확정하지 않는 용기.

관계를 앞당기지 않는 태도.
요즘의 나는 그 용기를 배우는 중인 것 같다.

페북에서 김태형영화감독과 탕웨이의 관계에 대해 누군가 올려놓은 글을 읽었다. 

그들에게 감정이 먼저가 아니라 이해, 삶의 방향이 먼저였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서로가 지향하는 삶의 방향이 같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 감정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그런 것 같다. 

이 경우, 사랑의 동반자라기보다 삶의 동반자, 동지와 같은 관계가 될 것이다. 

 

그는 내일 새벽 산행을 시작할테고, 나는 응원을 한다.

오늘은 그가 일찍 잘 준비를 할테니 내일 산행의 건투를 비는 굿나잇 인사를 좀 일찍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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