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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와 걸음 — 조심스러움과 용기

목소리가 커졌다는 건

by 발비(發飛) 2026. 1. 15.

오늘은 아침부터 일상적이지 않았다. 

아침 인사를 나눌 시간에 나는 이미 기차를 타고 있었고, 기차는 북쪽으로 빠르게 달리고 있었다. 

그는 차를 마시고 있다며, 따뜻한 물을 마시고 나왔냐고 물었다. 

우리는 서로에게 오늘 하루 일정을 짧게 말하고, 자연스럽게  아침인사를 마무리했다. 

오늘은 각자의 아침이 더 또렷했다. 

 

그가 진료가 끝날 시간쯤 결과를 물어왔다.

약을 먹어야 한다고 했다.

수면장애 때문인 것을 알고 있으니 그도 어떤 약인지 짐작했을 것이다. 

 

내성이 생기면 어떡하냐고 묻길래 의사가 시키는대로 할 거라고 했다. 

그 이상은 말하지 않았다. 

오늘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날 같았다.

 

종착역에 거의 다 왔을 즈음  잘 도착했냐는 메시지가 왔다. 

아직 좀 더 가야한다고, 전화하겠다고 했다. 

 

역에서 내려 집으로 가는 버스를 잘 못 타 낯선 곳에 내릴 수 밖에 없었다. 

날씨가 춥지 않아 그냥 걷기로 했다. 

집이냐며 걸려온 전화에 어딘지 잘 모르는 길을 걷고 있다고 하자 그의 목소리가 조금 커졌다.  

"택시를 타야죠." 

“위험해요. 낮에도, 밤에도 늘 조심해야 해요.”

 

걱정이었다. 

그의 걱정을 처음으로 들었다. 

 

조금만 걸으면 아는 길이 나올 거라고, 괜찮다고 했지만 기분이 조금 이상했다. 

 

조금 더 걷자 아는 길이 나왔고, 나도 그도 안심했다. 

날씨가 며칠만에 풀려 걷고 싶었다고 그럴듯한 핑계를 댔다. 

 

그는 다음에 날씨가 좋으면 같이 걷자고 했다. 

나는 대답 대신 집에 다 왔다고 맗했고,

평소보다 조금 빠른 시간에 잘 자라는 인사를 했다. 

 

걱정을 들은 날이었다. 

그리고 아마도

목소리가 커진 만큼,

관계가 아주 조금 앞으로 간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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