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처음으로 가슴이 뛴 날이었다.
그도 나도 반가웠다.
그래서인지 어제는 다른 날보다도 더 많은 통화와 메시지를 주고 받았다.
그 횟수나 내용이
'1일을 해도 되지 않겠냐'는 그의 말처럼 아직 시작하지 않은 단계라기 보다는
뭔가 시작하려고 문 앞에 서 있는 단계처럼 느껴졌다.
대부분 그날 하루의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과는 달리 어제는,
가까운 미래와 먼 미래,
지난 시간 어딘가,
그때 만났더라면 하는 과거 어느 시점까지,
존재하지 않는 시간들의 이야기를 신나게 나누었다.
그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이상하게도 그와의 거리가 가까워지기보다 다시 멀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잡히지 않는 시간들에 대한 말할수록
서로 잘 알지도,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았던 삶의 전반이 드러났고,
둘의 이야기 속에서 그려진 미래의 모습은 꽤 다른 방향으로 어긋나 있었다.
나는 조용하게 다시 현재의 이야기로 돌아오고 싶었다.
아마 그도 같은 마음이었을 것 같다.
누구랄 것도 없이 말을 돌려 현재의 이야기로 돌아오자 다시 편안해졌다.
그는 오후에 어깨가 아파서 정형외과를 다녀왔다는 이야기를 했다.
아프다는 이야기를 한 것도 처음이었고, 병원에 다녀온 이야기를 하는 것도 처음이었다.
몇 년 전에도 앓었던 오십견이 이번엔 반대쪽으로 온 것 같다고 했다.
나도 몇년 전에 오십견으로 꽤 고생했었다. 엄청 아팠다.
그도 분명 그랬을텐데 그 이야기를 이제 한거다.
생각해보니, 나 역시 어디가 아프다는 이야기를 그에게 하지는 않았다.
이 관계가 지속된다면 각자가 더 자주 아플 것이고, 하루하루 늙어갈 텐데,
우리가 그려보았던 미래의 어느 장면에도 그런 말은 없었다.
어젯밤 잠자리에 들며 아, 말이 참 많았던 날이었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오늘 아침 굿모닝 인사를 나누고,
따뜻한 물 마셨다는 이야기,
차를 마셔야겠다는 이야기,
오늘도 병원을 가야겠다는 이야기;
아프더라도 아침에는 우아하게 차 한 잔쯤은 천천히 마시자는 이야기를
짧게 주고 받았다.
그래서 오늘 하루는 조심스럽게, 너무 멀리 가지 말고,
현재만 딛고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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