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밤에 우리 영혼은> (Our Souls at Night)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We're not just two old people talking. We're two people who've lived lives."
우리는 그저 대화하는 두 노인이 아니에요. 각자의 삶을 살아온 두 사람인 거죠.
로버트 레드포드와 제인 폰다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이다.
같은 동네에서 수십년간 살았고, 각자의 배우자를 먼저 떠나 보낸 뒤 벌어진 이야기다. 제인 폰다가 로버트 레드포드를 찾아가 '함께 자고 싶다'는 말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처음 영화를 봤을 때는 그저 '저 나이에는 그럴 수도 있을 수 있겠구나' 하는 정도로만 지나쳤던 것 같다.
그런데 오늘 문득 이 영화가 떠올라 몇 장면을 돌려보니 그들이 '함께' 하기 위한 조용한 노력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내가 지금의 만남을 '조심스러움과 용기'라고 부르는 것처럼 그들도 역시 그랬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만난 사람들과 '관계의 지속'에 목표를 둔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우연히 만나 아는 사람이 되고, 함께 시간을 보내고, 놀면 재미있는 사람이 되었다가 어느새 조금싹 흐려지는 관계들이었다.
동성도 있고, 이성도 있지만 이성이라고 해서 그 만남의 목표가 '지속'이지는 않았다. 아마 그때 그런 목표가 있었다면 결과가 달랐을 수도 있겠지만 그때는 그개 자연스러웠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지금 그와의 만남은 별일이 없다는 전제 하에 관계의 '지속'이 목표이다.
함께 할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보다 이미 함께 하고 있는 누구가'와의 이 시간이 아깝다는 쪽에 가깝다. 이것이 지금의 솔직한 마음이다.
그가 나와 잘 맞는지 아닌지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가 '존재한다' 는 사실 자체가 더 중요해졌다는 점도 내게는 엄청 낯설다. 중심축이 이렇게 바뀔 수도 있구나 싶을만큼.
'사랑'이 없는데, 어떻게 만나.'
'사랑'이 아직 아닌데 어떻게 '관계의 지속'을 말해?'
그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지금의 나는 그럴 수 있다.
아깝기 때문이다. 이 시간도, 이 만남도.
<밤에 우리 영혼은>의 두 사람은 매일 밤 한 침대에 누워 각자 살아온 이야기를 나눈다.
질투도 판단도 없이 이해와 연민, 공감과 침묵이 있을 뿐이다. 두 사람의 관계는 결속된다.
그건 젊은 날들과는 다른 하나의 세상인거지.
지금의 나는 '그'를 만나면서 내가 그동안 살아왔던 시간들과는 다른 시간과 시각으로 삶을 대하기 시작했다.
'관계와 걸음- 조심스러움과 용기'라는 필터를 장착하고 아주 먼 길을 천천히 가보려고 한다.
<밤에 우리 영혼은>를 오늘 밤 다시 한 번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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